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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먼저 타도 될까요?,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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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125회 작성일 26-03-2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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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박지주 칼럼니스트] 요즘 지하철이 부쩍 붐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평소에도 혼잡하던 지하철은 더 복잡해졌다. 그 틈에서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지하철을 타려면 지상에서 대합실로, 대합실에서 승강장으로, 적어도 두 번 이상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엘리베이터 위치를 찾아 동선을 짜고, 때로는 먼 길을 돌아가기도 한다. 엘리베이터의 크기, 위치, 붐비는 시간까지 경험은 역마다 매번 다르다. 솔직히 말하면, 지하철을 타는 것보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일이 더 힘들 때가 많다.

그 순간들.

줄도 서지 않고 먼저 타려고 달려드는 어르신들, 장애인 앞을 아무렇지 않게 가로막는 사람들이 있었다. 겨우 탑승했더니 “휠체어 때문에 못 탄다”는 말이 들려왔다.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휠체어 때문에 못 타는 게 아니라, 만원이 되어서 못 타는 거라고요.’


지하철 엘리베이터. ©에이블뉴스 DB
예전에는 그냥 기다렸다. 다음에 타면 되지, 하고 넘겼다.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먼저 올라가는 사람들의 태도가 점점 당연해 보이기 시작했다. 몸이 불편한 사람을 배려하기보다 자신이 먼저 가려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역에서는 내리자마자 엘리베이터와 가장 가까운 칸에서 탑승하도록 동선을 바꿨다. 그리고 줄이 길면 앞으로 다가가 분명하게 말하기로 했다. 장애인이라고 늘 나중에 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날도 붐비는 지하철에서 내려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다. 두 줄로 늘어선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러다가는 세 번 안에도 못 탈 것 같았다. 머뭇거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먼저 타도 되냐고 물어보자.’

과감히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제가 먼저 타도 될까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질문이었다. 개인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공개적으로 물었다. 누군가의 선의처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장애인의 이동이 먼저 배려받는 것은 사회적으로 당연한 일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선의가 아니라,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민폐를 끼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소극적으로 주저하면 기회는 계속 밀린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부탁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이동권이 먼저 보장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권리의 실현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목소리가 달라졌다. 당당해졌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다. 왜 장애인은 늘 기다려야 하는가. 느리게 가든 빠르게 가든, 그것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지 타인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 단 한순간이라도 나의 권리가 지연되는 것이 싫었다.

그날 나는 우렁차게 말했고, 결국 탑승했다. 그 흐뭇함은 단순한 만족이 아니었다. 스스로의 삶을 스스로 운영하고 있다는 확인이었다. 나의 이동권이 적극적으로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장애인이 먼저 탑승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면 한다.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그냥 당연한 일로 여겨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시혜가 아니라 권리다. 그 당연함은 누군가의 선의에 기댈 것이 아니라, 이 사회가 마땅히 보장해야 할 책임이다.

그 당연함을 위해 오늘도 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목소리를 높인다.

“제가 먼저 타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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