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언론보도

출입 금지된 축복, 멈춰 선 휠체어

페이지 정보

작성자 햇빛촌 조회 29회 작성일 26-05-07 13:16

본문

전동휠체어 출입 막는 행위, 장애인의 존재와 참여권 배제하는 차별
장애인의 접근성은 배려가 아닌 권리 중심으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
기자명칼럼니스트 김양희 입력 2026.05.07 10:39 수정 2026.05.07 10:40
가의 존재 자체를 ‘위험’으로 규정하는 시선이 얼마나 깊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지마비 장애인에게 휠체어를 두고 들어오라는 말은 곧 이동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공간에 ‘존재하지 말라’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휠체어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며, 외부 세계와 연결되는 통로다. 이를 배제한다는 것은 물리적 차단을 넘어 사회적 관계와 참여 자체를 끊어내는 행위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특정 장소에서만 발생하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운동장 트랙에 들어가려다 “바닥이 상한다”는 이유로 제지당한 사례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공공의 공간이라고 여겨지는 곳에서도 장애인의 접근은 여전히 ‘허용 여부의 대상’으로 취급된다. 법적으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현실에서는 관리자의 판단에 따라 배제되거나 제한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사회가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이 여전히 ‘권리’가 아닌 ‘관리’에 머물러 있음을 드러낸다. 시설의 보존, 안전 관리, 운영의 편의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특정 집단의 접근 자체를 막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타일이 깨질 가능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이 누구에게 열려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공공성과 접근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권리의 영역이다.

특히 예식장과 같은 공간은 더욱 상징적이다. 결혼식은 개인의 기쁨을 넘어 공동체가 함께 축하하는 자리다. 그런 공간에서 특정 조건을 가진 사람의 출입이 제한된다면, 그 공동체는 이미 균열을 안고 있는 셈이다. 누군가를 초대해 놓고도 들어올 수 없게 만드는 사회는 과연 ‘함께’라는 가치를 말할 수 있는가.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차별이 명시적인 악의가 아니라, 무지와 관행 속에서 반복된다는 점이다. “위험해서”, “시설이 손상될 수 있어서”라는 말은 합리적인 이유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검증되지 않은 편견과 과장된 우려에 기반한 경우가 많다. 전동휠체어가 일반적인 바닥을 손상시킨다는 근거는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불안은 쉽게 차별로 이어진다.

결국 필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장애인의 이동은 ‘배려의 대상’이 아니라 ‘보장되어야 할 권리’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시설 관리자는 위험을 이유로 배제를 선택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모두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는 비용이나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어떤 가치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또한 제도적 장치 역시 실효성을 가져야 한다. 접근성을 보장하는 법과 기준이 존재하더라도, 현장에서 이를 무시하거나 임의로 제한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단순히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넘어, 실제 이용 과정에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과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험의 공유다. 이러한 사건이 개인의 불운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적 문제로 공론화될 때, 변화의 가능성은 커진다. 장애인의 이동권과 접근권은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삶의 어느 시점에서 마주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타일 한 장과 인간의 존엄을 저울에 올려놓는 사회는 결코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어떤 사회를 선택하고 있는가. 반짝이는 조명 아래에서조차 누군가는 문 앞에서 멈춰 서야 하는 현실을 외면한다면, ‘포용’이라는 말은 그저 장식에 불과할 것이다. 이제는 묻고 답해야 할 때다. 우리의 공간은 과연 누구에게 열려 있는가.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칼럼니스트 김양희 ena70@hanmail.ne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