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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스런 AI 미래, UN CRPD 이행 파국에 직면한 장애인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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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1,515회 작성일 26-03-0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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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이원무 칼럼니스트】 지난 2월 13일 당시 한국장애포럼(KDF)을 비롯해 장애인단체와 시민단체와 함께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3차년도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는 보고회를 갖는다고 하길래, 어떤 내용인지 들어보러 갔다. 마침 그때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행위원회도 만들어진다길래, 그것도 보면서, 약 2시간 20분 동안 발표와 토론을 들었다.

사실 2차년도와 달라진 것은 없다. 탈시설 로드맵 수립 관련 지표 요지부동, 여전한 접근성 보장 및 교차차별 종식 전략과 장애 분리통계 등의 부재, 장애의 의료적 모델 고수와 장애인 빈곤률 악화 등으로 장애인의 삶이 더욱 팍팍해진 것 등은 그대로다. 더군다나 이번 보고회엔 안 나왔지만, 새로운 이슈들의 등장으로 인해 걱정되는 것도 있다.

일단 순전한 장애의 의료적 모델 고수는 모니터링 종합발제와 분야별 결과 발표에서 확인했다. 올해 7월 1일 자로 췌장 장애가 법정 장애로 등록되며 공식 시행될 예정인데, 논의되고 있는 장애판정기준과 관련해선, ▲혈장포도당 농도가 140mg/dL이상이고, 동시에 c-peptide가 0.6ng/ml 미만이거나, c-peptide/creatinine ratio가 0.2nmol/mmol미만 중이며, ▲6개월 이상 적극적 인슐린 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 기미가 없을 시 진단한다 등의 조건들이 있다.

6개월 이상 적극적 인슐린 치료에도 불구하고, 질환으로 고착되어야 췌장 장애로 인정한다는 것은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눈 실명이거나 발이 썩어들어가는 현상이 발현되거나 그 직전이 되어야만 장애 인정의 실마리를 마련해준다는 거다. 또한 완전 의료적 기준에 사회경제적 요인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니, 제도 시행한다 해도 당사자들에겐 형식적이며, 당사자들의 존엄 실추가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췌장 장애가 희귀난치성 질환이자 산정특례로 인정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인정되지 못한 점 등은 심각한 사안이다. 그래서 당사자와 그 가족의 사회경제적 요인 등의 사회적 장벽을 고려하고, 순전 완전 의료적 기준을 완화해 당사자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판정기준으로 가도록 고민이 필요함을 다시금 말하고 싶다.


영화 슈가 국회 상영 직전. ⓒ이원무
췌장 장애뿐만인가? 자폐성 장애도 순전 의료적 기준으로, IQ와 자폐 평정 척도인 GAS, 최소 2년 이상의 꾸준한 치료 기록 등이 있어야 장애로 완전히 인정돼 등록된다. 실제로 자폐성 장애 상태인데도 IQ에 매몰되고 사회적 의사소통 및 경제·문화 장벽 미고려 등의 기준으로 인해 장애 등록하지 못해 국가로부터 지원받지 못하고  존엄성 추락에 직면하는 미등록 자폐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미등록 심리사회적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장애의 사회적/인권적 모델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될 수밖에 없다.

탈시설과 관련해서도 ▲거주시설 지원예산이 탈시설-자립생활의 경우보다 약 97배라는 것, ▲2021년 8월 2일 발표된 탈시설 로드맵이 유엔에서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정되지 않고 소규모화한 그룹홈 등의 시설수용 위주 정책으로 국가폭력 정당화하는 것,  ▲탈시설 지원법 미제정 등의 현실을 들으며 답답한 입맛을 다셔야 했다. 보건복지부 측 답변을 들어오니 더욱 답답했는데, 그건 추후 말하고자 한다.

관련해서, 장애인 당사자에게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선택권이 없는 현실을 반영해 당사자의 비자의 입소율을 측정해야 한다는 한 활동가의 제안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보통 정부나 시설세력은 시설 거주인이 시설에 있길 원하는 통계가 있지 않냐고 해서 통계를 시설수용 옹호하는 주장에 이용한다. 그러나 경제적 자립에 자신 없어서 시설에 거주한다는 당사자 비율이 적지 않았던 내용을 보면, 이건 정부 등이 위험한 지역사회 환경 조성을 통해 당사자를 간접적으로 강제 입소시킨 거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니 말이다.


장애 분리 통계 중요성 언급한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이한결 전략기획본부장(좌측), 사법접근권 이행실태를 발표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정지민 변호사(우측). ⓒ이원무
더군다나 장애 분리통계가 되어 있지 않은 부분은 상당히 공감이 갔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이한결 전략기획본부장이 성년후견과 관련되어 장애 분리통계가 되어 있지 않은 부분을 지적했을 때는 상당히 공감했었다.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등을 받는 장애 유형은 각 장애마다 몇 %인지를 밝히는 통계란 물증이 없다 보니, 정신적 장애인이 후견의 영향으로 법적 능력이 박탈되는 사례는 있어도 장애인의 삶에는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엔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에 대한 분리통계가 있긴 하지만, 대개는 장애인, 임산부, 아동 등 교통약자로 퉁쳐 통계를 내는 경향이 강하다. 편의시설 설치율과 저상버스 보급률 등의 외형적 통계까지 있을 뿐, 장애 유형별, 정도에 따른 교통 만족도나 이동 시의 구체적 장벽 등은 보여주지 못한다. 게다가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 관련 이동권 실태조사는 부재하다, 그러니 당사자 주체의 이동권 정책이 생길 수 없다.

발달장애인법의 알기 쉬운 정보에 관련된 조항이 있긴 하다. 하지만, 구체적 대안이 부족하고, 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도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 관련 실태조사가 부재한 건 여전하다. 어떤 점에서 어려운지 모르니 장애인 정보 접근권은 물론 이동권에 있어서 제대로 된 정책 마련이 안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시각장애, 청각장애에 대한 분리통계는 일부 있지만 말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의 분리통계는 아니다.

그 외에도 한국소비자원의 2022년 키오스크 이용실태 조사 통계도 정신적 장애인 분리통계 누락, 치료감호소에 수용된 자폐성 장애인과 법조계에 진출하는 장애인 등에 대한 통계의 부재가 있다. 모든 장애유형을 분리해 양적인 것뿐만 아니라 장애인 삶의 어려움을 드러내 존엄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나오게 만드는 장애 분리통계 강조는 지나침이 없고 그것이 통계를 다루는 제31조 이행의 길임을 다시금 밝혀둔다.


GPS를 상징하는 그림. ⓒPixabay
이밖에도 위치추적기와 관련해서 실종 예방 대책의 일환으로 GPS 추적장치 설치 시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에 따른 당사자 동의 절차 준수라는 지표가 있는데, ‘동의’에 관련된 내용이 조금 구체적이었으면 하는 게 있다. 물론 위원회 권고에 동의라 했지만, 동의도 강제된 동의가 있을 수 있고, 이건 협약의 정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유롭고 사전에 고지된 동의’라 해야 하고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절차 준수라 해야만 의미 있는 지표일 것이다.

물론 사법접근권과 관련해선 장애인뿐만 아니라 임산부, 아동 등과 관련된 사법예규를 작년 12월에 만들어 장애유형별 편의 및 의사소통 지원, 사법지원에 대한 교육 등의 내용으로 법적 근거를 만든 의의는 있지만, 의무가 아닌 임의조항이기에 아쉬운 대목이다. 건물 바닥면적과 건축시기에 관계없는 장애인접근권 보장을 위한 법령 개정과 관련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지표 미이행되는 등 이번 3차년도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은 파국적 상황이라 봐도 지나치지 않다.

한편 UN CRPD 이행 지표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들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다. 국가가 작년 12월 인공지능(AI) 계획을 발표했는데, 주요과제로 국민의 신청 없어도 AI 데이터 활용해 복지혜택 받도록 법 추진하고, 원칙에는 자격이 있는 모든 복지는 요구하지 않아도 제공된다는 내용이 있다. 이외에도 사고와 재난을 AI로 예측하고 대처한다는 내용이 AI 기본계획에 있다.

당사자가 요구하지 않아도 복지를 제공한다는 말 속엔 정신적 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의 자유롭고 고지된 동의는 생략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AI를 통해 얻은 결과는 투명하지 않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그 과정에 대한 설명이 AI엔 없다. 이 AI와 위치추적기가 연결된다면? 당사자 사생활과 자기결정권 박탈은 물론이요, 자립은 더욱 더 요원해질 것이다.

사고와 재난을 AI로 예측하고 대처한다? AI는 정보망에 있는 데이터를 학습하는 것이고 그 정보망엔 자폐성 장애인의 행동을 문제행동이라는 장애인 차별적인 관점으로 보는 논문 및 연구과제들이 있다. 과제들에 나온 데이터를 AI가 학습한다면, 과정 설명 없이 자폐성 장애인 등 정신적 장애인의 행동을 문제행동이라는 식으로 보안 위협으로 보는 결과가 나올 게 우려된다. 동의도 없으니 결국 장애인의 자유와 표현, 존엄을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할 것이다.


AI. ⓒWikimedia Commons
그래서 우리는 AI가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지 않는 것에 문제의식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AI를 설계할 시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자유롭고 고지된 동의를 확인하는 절차, 장치를 고려해야 하고, 이를 위해 AI 관련 대안 논의 구조에 정신적 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 당사자가 의미 있게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AI와 접근성, 자유롭고 고지된 동의 등과 관련된 인권 이슈들이 다음 심의 전까지 적지 않게 발생할 것이 예상되니 여기에 대해 준비하고 이와 관련해 장애인권리협약에서는 뭐라고 하는지를 통해 인권적으로 AI를 구현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신기술이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사람들로 하여금 또 다른 차별, 배제, 분리, 거부를 겪게 해선 안 되니까.

파국에 직면한 장애인권리협약 3차년도 이행 결과를 접하고 자유롭고 고지된 동의를 확인하는 절차, 장치 없는 AI의 우려스러운 미래가 다가올 게 예상되니 두려움이 밀려온다. 하지만 이런 것을 통해 총체적 난국을 기획한 정부 부처들의 비정하고 차가운 설계도를 부수고, AI에 인간 존엄성 보장을 불어넣는 방안을 고민하는 계기와 실마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관련해 장애인 당사자들의 지혜를 모으고 이를 정부와 지자체가 충실히 반영하고 존중하도록 장애인과 시민사회와의 보다 강력한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마침 올해가 장애인권리협약 성안 20주년이니, AI 포함한 이슈들을 장애인의 관점으로 다루며, 협약 이행을 하기 위한 방안을 깊게 고민하는 자리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이렇게 장애인의 존엄 보장과 이를 위한 연대는 올해에도 계속될 것이다. 지리멸렬한 과정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의 실마리는 마련될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이렇게 되도록 나도 가늘고 길게 나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투쟁해야겠다.


UN CRPD 이행위원회 기념하며. ⓒ이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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