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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고용 정책은 왜 체감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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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1,901회 작성일 26-02-2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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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김양희 칼럼니스트】정부는 최근 장애인 고용 지원 사업 기금을 상반기에 대폭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이 제때 쓰이지 못해 정책 효과가 반감되던 과거를 떠올리면, 빠른 집행 자체는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이 발표를 접한 장애인 당사자들의 반응은 마냥 환영 일색만은 아니다. 질문은 단순하다. 이 빠른 집행이 실제로 장애인의 삶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가라는 점이다.

장애인 고용 정책에서 ‘속도’는 종종 성과의 지표로 사용된다. 몇 퍼센트가 집행되었는지, 몇 명이 채용되었는지, 얼마나 빠르게 예산이 소진되었는지가 정책의 성공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행정의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있는 접근이다. 그러나 고용은 숫자로만 환원될 수 없는 영역이다. 특히 장애인 고용은 더욱 그렇다.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고용의 지속성이다. 단기 일자리, 사업 종료와 함께 사라지는 고용, 실질적 업무 없이 ‘채용 인원’으로만 남는 사례는 이미 낯설지 않다. 예산은 빠르게 집행되었지만, 당사자의 삶은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더 불안정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빠른 집행’이 과연 누구를 위한 성과인지 묻게 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고용의 질이다. 장애인 고용 지원 사업이 실제 노동 조건의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직무는 당사자의 역량과 희망을 반영하고 있는지, 직장 내에서 차별과 배제는 제대로 점검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취업 이후의 근속 기간, 임금 수준, 직무 만족도, 경력 형성 가능성 같은 요소들은 정책 평가에서 주변부로 밀려나기 쉽다.

특히 중증장애인이나 여성 장애인의 경우, 고용 정책의 수혜 대상에서 반복적으로 탈락하거나 가장 불안정한 형태의 일자리로 유입되는 경향이 강하다. 정책은 ‘평균적인 장애인’을 상정해 설계되지만, 현실의 노동 시장은 훨씬 불균등하다.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한 채 예산만 빠르게 집행된다면, 정책은 구조적 차별을 완화하기보다 재확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고용 정책이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질문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얼마나 빨리 썼는가가 아니라, 어떤 고용이 만들어졌는가, 그리고 그 고용이 얼마나 유지되고 있는가를 묻는 평가가 필요하다. 단기 성과 중심의 집행 구조는 행정에는 편리할지 모르지만, 당사자의 삶을 안정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더 나아가 장애인 고용 정책은 고용주에 대한 지원을 넘어, 노동 환경 전반을 바꾸는 방향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직무 조정, 합리적 편의 제공, 직장 내 인식 개선, 차별 발생 시 실질적인 대응 체계가 함께 작동하지 않는다면, 고용은 형식에 그칠 수밖에 없다. 예산 집행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구조가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되고 작동하는가이다.

장애인 고용 정책이 체감되는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답은 결국 현장에서 나온다. 취업 이후에도 불안하지 않은지,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지, 노동자로서 존중받고 있는지에 대한 당사자의 경험이 정책 효과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빠른 집행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목적이 되는 순간, 정책은 삶과 멀어진다.

이제는 고용 정책의 성공을 다시 정의해야 할 시점이다. 속도는 수단일 뿐이다. 지속 가능하고 존엄한 노동, 이것이 장애인 고용 정책이 도달해야 할 진짜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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