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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이 대한민국 사회에 주는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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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11,694회 작성일 24-12-1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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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챙기고 다양성 증진할 국가의 구체적 방안·청사진 있어야
기자명칼럼니스트 이원무 입력 2024.12.06 17:21 수정 2024.12.12 10:52
얘기를 들으면서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실 부자 감세를 통한 긴축 예산안이라 이런 예산안은 장애인, 성적 소수인 등 시민들의 생존권에 피해가 가는 것이기에 야당은 그런 성격의 예산안을 반대한 것이다. 그리고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애초에 비상계엄을 선언했으면 바로 국회에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았다. 또한, 전시나 준전시에 해당하는 상황도 아니기에 그런 경우, 비상계엄을 하는 건 위헌이다.

그러기에, 국회에서 긴급히 모여 비상계엄 철회를 위한 투표에 들어갔고, 결국 철회 결정은 가결돼 대통령실에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윤 대통령은 국회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며, 계엄 요구를 곧 철회할 것이라고 했지만, 입법과 예산 농단으로 국가 기능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할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며, 발언을 마쳤다.

촛불시위로 대통령을 탄핵한 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5년 동안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전 세계에서 부러워했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들어선 후 민주주의가 계속 후퇴하더니, 급기야는 12월 3일에 45년 전에나 볼법한 비상계엄 선포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상당히 암울했다. 국회의장, 각 당 대표들이 계엄군에 의해 붙잡혀 민주주의가 조만간 짓밟히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 상태에서 TV를 보며, 잠을 자기가 사실상 힘들었다.

다음 날 졸린 눈을 비비고, 국회에 비상계엄 관련 시위가 있다길래 가보았는데, 시민들과 야당 측에서 윤석열 탄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자리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도 함께 참여해 윤 정부 때 장애인의 이동권이 지켜지지 않았고, 장애인 권리는 무시되었다는 점을 피력했다. 그러기에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외쳤다.

12월 4일 국회에서의 ‘비상계엄’ 시위 관련해 장애인과 시민사회, 시민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 같이 모인 모습 ⓒ이원무
12월 4일 국회에서의 ‘비상계엄’ 시위 관련해 장애인과 시민사회, 시민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 같이 모인 모습. ⓒ이원무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탄핵 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 때 장애인과 성적 소수인 등 서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장애인에겐 최저임금 적용제외가 여전했고, 고용률도 나아지지 않았으며, 장애인연금 등도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국민연금 노령연금도 장애 여부에 관계없이 수급 개시 연령이 똑같은 건 여전하고 액수도 적었다.

코로나 시절엔 시설 위주의 정책이 민낮을 드러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전염되지 않기 위해 사람들에겐 마스크를 씌우고,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정책을 시행했다. 그런데 장애인들이 수용된 시설의 경우엔 외부 감염원으로부터 장애인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코호트 격리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폐쇄된 시설 환경에선 오히려 시설에 수용된 장애인의 코로나 감염을 부추기는 꼴이니, 장애계에선 긴급 탈시설을 부르짖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시절 자영업자들의 삶은 상당히 팍팍했다. 전염을 막으려 보니 정부에서 영업시간 제한 정책을 했는데, 이게 주점이나 호프집, 일반음식점 등엔 타격이 엄청났다. 장사가 잘될 시간이 보통 저녁때인데 그 시점에 문을 닫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매출 타격은 물론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 생계도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정부에서 영업 매출 급감으로 인한 손실금을 보상하긴 했지만, 그 부분에서 충분치 않아, 자영업자들은 정부에 상당한 실망을 하고 있던 상태였다.

한편, 당시 윤석열 대선후보는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면서, 차별은 개인적인 불평등으로 보며 국가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준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하지만, 차별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가부장적, 신경전형적 사회와 개인 간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차별은 사회적인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여성할당제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조장한다면서, 여성할당제 폐지는 물론, 여성가족부 폐지도 당시 윤 후보는 내세웠다. 그러나 2021 세계경제포럼 젠더 격차 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의 경우, 여성 국회의원의 비율이 19%이고, 기업 여성임원 비율도 5%로 나왔다. 이 점을 생각해보면, 여성 할당제는 오히려 적극적 남녀평등을 향한 성격이 짙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당시 여성 정책에 불만이 많던 남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윤석열 대선후보 측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다. 윤 후보 측의 하태경 의원은 여성가족부는 반헌법적 기관이라 했다. 또한, 이와 관련해 교사 집단에서 남성들이 줄어드는 등 여성가족부 위시한 여성들이 남성들을 탄압하고 있고 극성스런 여성주의자들 눈치 보느라 말을 못 하는 남성들이 많다는 서사로 여성가족부의 폐지를 주장한다는 거다. (출처: ‘왜 우리는 차별과 혐오에 지배당하는가?’, 철수와 영희 출판사, 35, 42~43페이지)

하지만 20여 년 동안 운영한 여성가족부가 반헌법적이라면, 정부도 반헌법적이라는 어이없는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그런 서사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한다는 건 여성 차별의 현실을 가리는 서사나 마찬가지다. 특히 장애 여성의 경우 장애 남성에 비해 고용률이 약 절반이고 교육수준이 훨씬 뒤처지는데 이들이 겪는 차별 현실 또한 가리게 된다.

2022년 3월 10일 새벽 당시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 모습. ⓒ방송캡처
2022년 3월 10일 새벽 당시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 모습. ⓒ방송캡처
종합하면 여성들이 겪는 차별의 현실을 가리는 거고, 이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들이 드러내는 여성 혐오에 불과한 거다. 이는 20, 30대 남성들에게서 더욱 도드라졌다. 그러나 이들의 여성 혐오 정서를 윤석열 대선후보 측은 강력하게 이용했고, 이게 대선 표심으로 연결되어 이재명 후보에게 약 0.7% 차로 대선에서 이긴 요인 중 하나가 됐다.

이외에도 한국의 건강보험 재정을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등 외국인이 축내고 있다고 당시 윤석열 대선후보는 주장했다.  물론 중국인의 경우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이긴하지만, 실은 최근 4년 동안 외국인 가입자들이 총 4조 5996억 원의 건보료를 내고, 이 가운데 69.4%만 썼다는 통계도 있다(출처: 외국인 건보 재정 연 5천억 흑자…윤석열 ‘숟가락론’ 틀렸다, 한겨레 신문, 2022년 2월 2일 기사). 그러니까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인종 혐오를 바탕으로 한 주장임을 알 수 있는 거다.

사실 IMF 이후 20여 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기에, 노동시장이 불안정화되고 임금도 낮아지니, 저임금 업종 등엔 이주민 노동자 등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 비율이 많아진다. 여기에, 성 소수인, 이주민, 여성, 장애인 등의 사회적 소수인들의 권리 의식 성장도 있다 보니, 오히려 인권이 미보장돼도 경제가 좋았던 과거가 좋은 거 아냐 하는 식으로 기득권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최근 늘어나게 됐고 그런 현상은 현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로선 신자유주의를 펼치는 정부나 이를 신봉하는 세력들을 공격하기보단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 장애인 등의 사회적 소수인들을 혐오하고 공격하려는 심리가 자라나게 된다. 이런 상황들을 잘 이용하는 정치인들이 극우 포퓰리즘으로 무장해 이들의 표심을 공략한 끝에 권력을 잡은 게 최근 우리나라 대선에서 있었던 현상이다. 얼마 전에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등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어쨌든 문재인 정부의 민생 챙기기가 성공하지 못한 현실, 우리나라에 팽배한 여성 차별, 인종차별 등 다양성을 혐오하는 정서 등을 이용해 당시 윤석열 대선후보는 표를 얻어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그의 2022년 5월 10일 취임 이후, 시민들의 삶은 더욱 나빠져 가고 있다.

12월 4일 저녁 국회의사당 본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퇴진을 위해 시위하는 모습. ⓒ이원무
12월 4일 저녁 국회의사당 본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퇴진을 위해 시위하는 모습. ⓒ이원무
윤석열 정부에선 4대 개혁 등을 내걸었는데 의료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 등을 내걸었다. 하지만 의료개혁만 해도, 의료비의 가장 큰 주범인 비급여 문제 미해결은 물론 공공대학 설립 시 예비타당성 면제, 혼합진료 금지 등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정책에 대한 방안을 찾아볼 수 없다. 연금개혁만 해도, 연금보험료는 많이 내는데, 받는 것은 적은 방안인 데다, 장애인과 관련해선 보험료 납부기한을 적게, 보험료의 액수는 낮게 하고, 노령연금을 조기에 수령하는 등의 방안이 없다. 한마디로 장애인에겐 피부로 와닿지 않는 연금개혁안이다.

탈시설만 해도, 서울시의 경우 시설은 선택이란 식으로 오히려 탈시설에 제동을 거는 정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자립보다도 시설수용에 들어가는 예산이 수백 배인 현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이런 시설 위주의 정책 속에 여전히 시설에서 폭력을 당하는 장애인들은 줄지 않는 현실이고,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정부심의에서도 이런 현실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더군다나 아까도 얘기했듯이 부자 감세로 인해 세수에 펑크가 나는 바람에 장애인 예산은 OECD국가 가운데 여전히 최하위권에 속한다. 따라서 방금 전에 말했던 탈시설은커녕 장애인 이동권도 보장받지 못해 특별교통수단도 대기시간이 긴 건 여전한 현실이다. 장애인과 그 가족의 통합적인 욕구, 선호, 의지에 따른 가족지원보다는 예산과 소득수준에 따라 가족지원을 제한하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이니, 부자 감세 성격의 예산안을 정부에서 내놓은 걸 간파한 야당이 반대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자영업자들도 오히려 삶은 팍팍해졌다며 아우성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서도 동성애 금지 등을 이유로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정서는 과거와 마찬가지이거나 오히려 더 심해지는 등 법 제정은 지지부진하고, 남녀 간 임금 격차도 현저한 건 여전한 현실이다. 혐오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이렇게 취임 이후 민생에 대한 실질적 방안 없고, 부자만 잘 살게 하고, 구체적인 혐오 근절 청사진도 사실상 없었던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계속 실패할 수밖에.

그래서 최근 10여 년간의 우리나라의 정권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든다. 신자유주의에서 탈피해 시민들의 민생을 제대로 챙기도록 하는 대안이 있어야 하고, 사람들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건 물론, 혐오와 차별을 근절하고 다양성을 증진할 국가와 지자체의 청사진과 구체적 방안이 있어야 한다. 그럴 때 극우 포퓰리즘으로 권력을 잡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같은 극악무도한 사태까지 가는 일은 앞으로 더는 반복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윤석열 대통령이 보기에 국회가 국가 기능을 마비시킨다고 느끼면, 이후엔 북한을 자극하는 식으로 국지전을 일으키는 방법 등으로 제2의 비상계엄을 선포할까 두렵다. 이런 두려움이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필자도 헌법을 내팽개치는 이런 대통령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사는 게 치가 떨린다. 시민의 삶을 완전히 내팽개치고 사실상 자신의 안위만을 위하는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 정부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적극적 움직임에 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같이 동참하련다.

새 정부에선 장애의 인권적 모델에 따른 패러다임으로 사회가 전환되는 건 물론, 장애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다양성을 존중받고 존엄성을 고취하며,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국가, 지자체에서 노력을 경주했으면 한다. 그런 세상이 현실로 도래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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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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