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언론보도

이한(二恨)의 민족(民族) , "농아인"

페이지 정보

작성자 햇빛촌 조회 12,901회 작성일 24-03-18 10:54

본문

이제, 농아인 국회의원을 선출해야
기자명기고/변승일 입력 2024.03.15 16:35 수정 2024.03.15 16:38
 댓글 2 다른 공유 찾기 전자점자 다운로드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소리를 듣지 못하는 모습을 AI로 표현한 사진. 사진은 단순히 헤드폰을 쓰고 있을 뿐이지만, 청각장애인(농아인)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점에서 매우 많은 고충을 겪고 있다. ©뤼튼 AI 그림 생성기
소리를 듣지 못하는 모습을 AI로 표현한 사진. 사진은 단순히 헤드폰을 쓰고 있을 뿐이지만, 청각장애인(농아인)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점에서 매우 많은 고충을 겪고 있다. ©뤼튼 AI 그림 생성기
이한(二恨)의 민족 – 농아인(청각장애인)

우리나라 사람은 흔히 한(恨)의 민족이라고 한다.

천한 신분이라서 받는 차별, 높은 사람들에 대한 분노, 가난함에 대한 슬픔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 등을 말하지 못하고, 참아오며, 응어리진 세월이 우리 한민족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이 우리 한민족(韓民族)을 한(恨)의 민족(民族)으로 만들었다면, 과거부터 지금까지 물리적으로 말할 수 없는 우리 농아인들은 한(恨)도 곱절을 가지고 있으니 ‘이한(二恨)의 민족’ 이라고 부를 수 있다.

농아인과 농문화의 본질

많은 사람들은 대한민국 주류사회의 문화와 다른 농아인들만의 고유한 농문화(聾文化)를 언급하면서 농문화가 곧 수어(手語)이고 수어는 곧 농문화라면서, 굳게 믿고 있지만, 필자는 농문화의 본질이 앞에서 말한 ‘이한(二恨)의 정서(情緖)’ 라고 생각한다.

즉, 말할 수 있는 사람들과 다르게 “물리적으로 듣지 못하고 말할 수 없어서 발생하는 답답함, 부당한 차별에 대한 분노, 그리고 체념”이 한데 어울려 응어리지면서 ‘이한(二恨)의 정서(情緖)’ 를 형성하고, 이것이 전파되고 공유되고, 문화로써 다듬어지며, 한(恨)의 해소와 유대감 형성의 창구로써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수어라고 본다.

농아인의 현실

만약, 내가 부모님에게 이끌려 전북농아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면 내 인생은 어떠했을까 생각해본다. 60년대 – 70년대 학교는 비장애인에게도 굉장히 폭력적이고, 억압적이었던 만큼, 나와 같은 농아인들에게는 참혹한 인권유린의 현장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며, 동기들과 어울려 수어도 접할 수 있었으며, 시간이 흘러 대학도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의 농아인들, 특히나 내 또래의 다른 농아인들은 사정이 다르다. 가슴에 깊이 한(恨)을 새겨둘 만큼, 주류사회로부터 받은 소통의 거부가 농아인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빼앗아 버렸으며, 직장에서 일할 권리조차 앗아가 버렸다.

게다가, 사회생활에서 가장 필수적인 ‘법’은 어떨때는 쓸데없이 동정적이고 어떨때는 말 그대로 막무가내로 농아인을 범죄자로 단죄한다. 통역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어떠한 상황이었는지, 왜 그랬는지, 등은 관심사가 아니다.

그저 농아인인 ‘너’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추궁하고, 농아인은 그저 ‘법’이라는 것이 들이밀어지니 겁먹어 잘못했다고 한 것을 주류 사회에서는 ‘자백’으로 간주하고 그것이 모든 영역에서 발목을 잡는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 주류사회에서는 농아인들을 상대로 “고집이 세고, 말을 듣지 않으며, 무식하고 못배웠으며, 탐욕스럽고, 불량하다”는 편견을 형성하고, 또한 그 편견을 농아인들에게 강요하니, 이 또한 굉장히 화가나고 안타까운 것이 현실이다.

농아인들의 현실 문제

필자가 농문화를 ‘이한(二恨)의 정서(情緖)’라고 부를 만큼, 농아인들에게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모두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소통의 거부로 인해 시작된다.

즉, 불만이 있어서 말하고 싶어도 말하기도 어렵고, 어렵게 의견을 개진한다고 해도 국가와 사회에서는 듣지 않으려고 하니, 가슴속 깊이 한을 간직한채, 체념한 상태로 지내온 세월이 길어, 정치적 무관심이 심화되어 버렸다.

게다가, 각 정당과 국가의 입장에서는 똑같은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숫자가 월등히 많은 지체장애인들과,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공부도 열심히 할수 있는 시각장애인에게만 관심의 대상일 뿐, 필자와 같이 전혀 듣지도 못하고 말도 제대로 할줄 모르는 중증청각장애인은 약 10만명 내외의 소수에 불과하여 지금까지 조명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농아인 국회의원이 필요하다

그러한 이유로 인하여, 대한민국 헌정사에 장애인의 현실을 느끼고 장애인을 대변해주는 장애인 국회의원은 지금까지 두 자릿수로 배출되었지만 지체장애인과 시각장애인에게 편중되어 있고, 청각장애인 국회의원은 경증이건 중증이건 단 한명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설사 청각장애인이 비례대표를 신청했어도 아예 순번을 주지 않거나, 아니면 당선가능성이 없는 후순위로 배치하니 이는 복지국가로써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대한민국으로서는 크나큰 손실이라 생각한다.

이에, 필자는, 필자와 같은 장애예술인이자, 시각장애인이기도 한 김예지 국회의원이 어항에서는 10센치를, 수족관에서는 30센치를, 강물에서는 1미터를 자라는 ‘코이’라는 물고기를 언급하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강물이 되어달라”고 부탁한 것처럼, 필자는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펼치는 각 정당들이 청각장애인을 위해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수어를 제1언어로 쓰는 최초의 청각장애인 국회의원과 함께 중요한 정책을 논의하여, 농아인들 마음속에 깊게 자리잡은 ‘이한(二恨)의 정서(情緖)’를 해소할 수 있도록 부탁하고 싶다.

​*이 글은 한국청각장애인예술협회 변 승 일 회장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기고/변승일 deafarts@naver.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