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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현실 로맨스와 영화 속 로맨스의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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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13,231회 작성일 24-01-2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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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로맨스 영화가 장애인 편견을 부풀린다
기자명칼럼니스트 김율도 입력 2024.01.19 14:39 수정 2024.01.22 12:35

영화나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판타지를 먹고 산다. 이것들은 상업적 소비콘텐츠이므로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얻으려면 카타르시스를 주어야 하기에 과도한 감동이나 강한 주제로 붐을 일으키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작가가 장애인 당사자가 아니다 보니 취재나 인터뷰만으로는 장애인의 진정한 감정과 리얼한 현실을 고스란히 담을 수 없다는 것이다.

소설과 영화로 발표된 『미 비포 유』(Me before you)’는 가난한 여주인공이 부유한 장애인을 간병하면서 로맨스가 이루어진다.

이 이야기는 여성 독자를 주요 대상으로 정한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신데렐라 설정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여자가 부유한 남자를 만나서 사랑하는 이야기다. 단지 여기에 장애라는 벽을 하나 더 만든 것뿐이다.

‘신데렐라’와 다르게 비극으로 끝내면서 차별화를 하려 했지만, 너무 과도하게 설정한 나머지 ‘존엄사’라는 것을 들고와서 장애인 이미지를 왜곡한다. 주인공이 스스로 죽는 것으로 보여주었지만 사실은 작가가 장애인을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작가가 보는 장애인관은 장애인은 살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보고 있다.

‘존엄사’라고 포장을 하지만 어떠한 자살도 존엄하지 않다. 점점 각박하고 희망이 없는 현실에서 영화에서나마 희망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일본의 드라마 ‘퍼펙트월드’는 그나마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장애인의 로맨스에 대한 편견을 없애려는 시도가 보인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남자주인공이 장애인이지만 조건이 좋고 평범하지 않다. 휠체어를 타는 남자주인공 아유카와 이츠키의 직업은 건축사이다. 전문직으로 설정했는데 그냥 평범한 직업이었다면 어땠을까? 성공한 건축사가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직업이었다면 사랑이 더욱 빛났을 것이다.

건축사라는 직업이 장애라는 핸디캡을 상쇄해 버리기 때문에 인간 자체를 사랑하기보다 조건을 보고 사랑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받을 수 있다. 이것은 ‘이기적 유전자’의 원칙에 의해 여성 독자에게 이야기를 받아들일 때 장벽을 없애려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국 흥행하는 로맨스 드라마의 공식인 하위의 여자, 상위의 남자라는 공식을 깨지 못했다. 여자가 장애를 받아들이지만 그 대신 다른 조건을 선택하게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여자주인공 카와나 츠구미는 고등학교 시절에 평범했고, 장애인이 아니었던 인기남 아유카와 이츠키를 짝사랑했었다. 다시 재회했을 때 상대가 휠체어를 탔지만, 사랑하는 빌미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기에 순수하게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사랑하는 것은 어렵다는 편견을 심어주고 여성 시청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설정이다.

그러나 이렇게 백마탄 왕자같은 장애인은 현실에 거의 없거나 소수이기에 보편성이 떨어진다.

둘째, 남자 주인공이 헤어짐을 선택할 때 그 이유가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유카와는 장애인의 몸으로 츠구미를 지킬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것은 비현실적이다.

진정 사랑한다면 그런 이유를 대지 말고 더욱 사랑해야 한다. 만약 비장애인이 어떤 사건 하나로 여자에게 무엇을 해주지 못했다면 모두 헤어져야 하나? 이것은 장애인에게 묵시적 책임을 묻고 평등한 관계가 아니라는 설정이다.

장애인 남자주인공은, 여자주인공이 자신과 같이 있어도 행복해 질 수 없다며 밀어내는데 기존 편견과 똑같다. 왜 상대방의 행복을 자신이 판단하는가?

이것은 장애인의 시선으로 본 생각이 아니라 비장애인의 시각으로 본 것이다. 장애인과 함께 있으면 행복하지 않다는 편견을 주인공을 시켜 그대로 말하게 했을 뿐이다. 내 주변의 장애인 당사자들은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로맨스는 이기주의 속성이 있기에 상대방을 배려하여 헤어지는 것은 핑계이거나 허울일 뿐이다.

사랑하면 어떤 조건이라도 같이 있고싶어하는 것이 당연하다. 장애인이라도 더욱 갈구하고 애원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나의 체험이나 주변에 본 장애인 로맨스는 결코 환타지가 아니다.

휠체어댄스 로맨스 소설 '바퀴춤'. ​©김율도
휠체어댄스 로맨스 소설 '바퀴춤'. ​©김율도
필자의 졸작인 휠체어댄스를 소설한 『바퀴춤』은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가 들어있다.

나의 체험을 토대로 썼지만 장애인 남자가 비장애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처절하고 고통받으며 사랑을 얻으려고 노력하는지 그려져 있다.

장애인의 현실로맨스에서는 비장애인 여자의 희생도 없고(당사자가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좋아서 하는 행동이다)-예를 들여 계단에서 장애인을 업어준다든지, 휠체어를 차에 싣는다든지), 장애인이 무조건 도움받지는 않는다.

오히려 장애인이 비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많다. 예를 들어 정신적 조언, 상담이라든지, 일이나 다른 부분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즉,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필요한 존재라는 것이다. 신체적인 결함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결함 중 하나이다.

장애인 로맨스는 철저히 장애인의 눈높이에서 쓰여져야 한다.

소설 삽화 일러스트. ​©김율도
소설 삽화 일러스트. ​©김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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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김율도 uldo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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