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언론보도

익숙함이 만들어 낸 장애의 경계

페이지 정보

작성자 햇빛촌 조회 3,019회 작성일 26-02-04 14:07

본문

기자명칼럼니스트 김시내 입력 2026.02.04 13:55 수정 2026.02.04 13:56

반가웠다. 그런데 그 반가움은 곧 질문으로 이어졌다. 왜 이런 장면은 여전히 특별하게 느껴지는 걸까? 왜 우리는 이런 모습을 자주 보지 못하는 걸까? 이 낯섦은 장면이 새롭기 때문이라기보다, 우리가 아직 충분히 익숙해지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장애를 떠올릴 때 비교적 정해진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 흰 지팡이를 든 사람, 보청기를 착용한 사람처럼 한눈에 이해 가능하고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어 보이는 모습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장애를 대표하는 것처럼 반복되지만, 실은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해 온 신체의 범위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장애에 대한 우리의 상상은 개인의 조건이 아니라, 어떤 몸과 어떤 표현 방식이 ‘문제가 되지 않는지’를 가늠해 온 사회의 기준을 반영한다.

이 기준 안에서는 말이 비교적 또렷하고, 감정 표현이 분명하며, 비장애인과 큰 설명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장애인이 더 자주 등장한다.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익숙해진 존재는 더 이상 질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장애는 있지만 불편함을 크게 요구하지 않는 몸, 사회가 감당 가능하다고 여겨 온 장애만이 자연스럽게 시야 안으로 들어온다.

반면, 말의 속도가 느리거나 발음이 명확하지 않고, 표정이나 몸의 움직임이 의도와 다르게 드러나는 경우는 여전히 낯선 장면으로 남는다. 이는 특정 장애유형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 방식이 사회가 기대해 온 기준과 어긋날 때 발생하는 거리감에 가깝다.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그 몸은 설명의 대상이 되거나, 불편함을 유발하는 존재로 분류된다.

미디어는 오랫동안 이러한 기준에 맞는 장애만을 반복적으로 재현해 왔다. 유튜브뿐 아니라 다큐멘터리, 영화, 드라마에서도 장애인은 대체로 감정 이입이 쉽고, 보는 이에게 큰 불안을 주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장애는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거나, 개인의 삶의 조건이라기보다 비장애인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서사로 소비된다. 그 과정에서 다른 몸, 다른 말하기 방식, 다른 리듬은 자연스럽게 화면 밖으로 밀려난다.

예전에 비해 드라마나 OTT에서 장애를 다루는 작품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곧 장애 재현의 다양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특정 장애유형에 국한된 모습만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사회가 이미 익숙해진 몸만이 안전한 서사로 선택된다. 장애가 이야기의 중심에 놓이는 듯 보이지만, 그 경계는 여전히 좁게 설정되어 있다.

그 결과, 언어장애를 동반한 사람이나 비자발적인 신체 움직임이 있는 사람, 감정 표현이 사회적 규범과 다르게 드러나는 사람은 미디어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 등장하더라도 치료의 대상이 되거나 보호의 틀 안에 놓이기 쉽다. 말이 느리거나 발음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사고력이나 이해력에 대한 추정이 따라붙고, 사람들은 말의 내용보다 말의 형태에 먼저 반응한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 방식의 차이를 곧바로 능력의 차이로 연결해 온 사회적 판단의 결과다.

물론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충분한 기다림이 항상 가능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이 기준이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다수에게는 불편한 조건으로 작동하는 기준이, 어떤 이들에게는 애초에 참여 자체를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익숙해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몸과 표현은 기다림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구조는 개인의 경험에 머무르지 않는다. 사회가 허용 가능한 장애의 모습을 암묵적으로 설정할수록, 그 범주에 들지 않는 다수의 장애인은 상상되지 않는 존재가 된다. 상상되지 않는 삶은 이야기의 중심에 서기 어렵고, 정책과 제도의 설계에서도 쉽게 밀려난다. 결국 문제는 장애인의 능력이 아니라, 어떤 모습만을 기준으로 삼아 왔는가에 있다.

이제는 이 익숙한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 다양한 몸과 다양한 표현 방식이 등장하는 장면이 더 이상 특별한 사례로 소비되지 않아야 한다. 장애인 부부의 출현 역시 예외적인 장면이 아니라, 사회의 일상적인 풍경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한다. 보이지 않던 몸이 반복적으로 등장할 때, 우리는 비로소 무엇이 기준으로 작동해 왔는지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칼럼니스트 김시내 sinae424@hanmail.ne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