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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보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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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3,013회 작성일 26-02-0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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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칼럼니스트 오윤희 입력 2026.02.03 17:08 수정 2026.02.03 17:18

아이를 재우고 나면 집 안이 조용해진다. 하루 중 가장 숨이 고르는 시간이다.

이른바 ‘육퇴’ 후의 시간. 이때 나는 과학 프로그램을 본다. 어릴 때부터 과학은 늘 재미있었고, 지금도 그 마음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그런 것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살아가는 모습은 달라졌어도, 오래도록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좋아하는 것.

나는 중학생 때 천문관측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고등학생 때는 이과를 선택해 대학에 진학했다. 이후 사회복지학으로 전과해 사회복지사로 일했고, 지금은 직원 스무 명과 함께 일하는 회사 대표이자 워킹맘으로 살아가고 있다.

돌아보면 삶의 방향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과학을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계속 이어져 왔다. 그래서 아이와 여행을 다닐 때도 자연스럽게 과학관이나 천문대를 찾게 된다.

지난해 3월, 전북 부안에 있는 청림천문대를 찾았을 때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아직 밤공기가 차가운 봄날, 아이와 나란히 서서 망원경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날 본 아이와 같은 하늘을 보고 있었다는 느낌은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다. 많은 부모들이 공감할, 그저 함께 있었다는 소중한 기억 말이다.

2월 11일은 ‘세계 여성 과학인의 날’이다. 과학을 좋아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장애 등 여러 이유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는 날이다. 하지만 이 날이 특정한 누군가만의 이야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듣는다.

“그건 네가 하기엔 어려워.” “그 길은 네가 갈 길이 아니야.”

과학이든, 공부든, 일상이든 말이다.

이제는 남성과 여성의 구분을 넘어, 장애와 상관없이 누구나 과학을 꿈꿀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야 할 때다. 그래서 오늘은 과학자를 꿈꿨던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키는 작아도 별은 볼 수 있어요'  표지. ©열린어린이
'키는 작아도 별은 볼 수 있어요'  표지. ©열린어린이
키는 작아도 별은 볼 수 있어요

『키는 작아도 별은 볼 수 있어요』는 키가 작은 아이가 천문학자를 꿈꾸는 이야기다. 실제 여성 천문학자 캐럴라인 허셜의 삶을 바탕으로 했다. 어릴 적 병을 앓아 키가 130센티미터에서 멈췄지만, 그녀는 별 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망원경이 너무 높으면 계단을 만들었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 나갔다. 그리고 결국 혜성을 발견하며 천문학자가 되었다. 이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말보다 ‘방법을 바꿨다’는 데 있다.

이 책은 조용히 말해준다. 별은 키 큰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고. 별은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의 것이라고.

'완다는 별의 소리를 들어요'  표지. ©너머학교
'완다는 별의 소리를 들어요'  표지. ©너머학교
완다는 별의 소리를 들어요

『완다는 별의 소리를 들어요』는 시각장애가 있는 여성 과학자 완다의 이야기다. 완다는 별을 눈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소리로 듣고, 몸으로 느낀다. 별이 보내는 신호를 귀로 읽어낸다.

완다에게 별은 반짝이는 점이 아니다. 말을 걸고, 노래를 부르는 존재다. 완다는 연구를 이어갔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자신의 연구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이 책은 말해준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세계가 있다고. 과학은 눈으로만 하는 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2월 11일, 세계 여성 과학인의 날을 맞아

두 그림책 속 주인공들은 각자 다른 방법으로 별을 만난다.

한 사람은 계단을 만들었고, 다른 한 사람은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방법은 달랐지만, 별을 향한 마음은 같았다. 이 이야기는 과학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이야기이고, 누군가의 가능성 앞에서 “그건 네가 하기엔 어려워”라고 말해본 적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나는 아이를 키우며 자주 고민한다. 언제까지 도와줘야 할지, 어디까지 기다려줘야 할지. 앞서 끌어줘야 할지, 그냥 옆에 서 있어야 할지.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다짐한다.

같은 길을 가게 하려 애쓰지 않겠다고. 같은 속도를 기준으로 삼지 않겠다고.

대신 아이가 자기에게 맞는 방법으로 자신의 별을 바라보고 싶어 할 때,

“그 방법도 괜찮아”라고 말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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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오윤희 oh_yun_h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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