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 장애가 '이름 뿐인 법정 장애'로 남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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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3,274회 작성일 26-01-30 14:40본문
【에이블뉴스 이원무 칼럼니스트】작년 12월, 1형 당뇨가 '췌장 장애'란 이름으로 장애 인정되면서, 우리나라의 16번째 법정 장애가 된 역사적 순간이 있었다. 그 후 1개월이 지나, 췌장 장애와 관련된 사람들의 고통과 애환을 다룬 영화 ‘슈가’가 지난 1월 21일 극장가에 정식 개봉되었다. 이 영화를 상영한다는 지인의 소식을 보고, 필자는 영화관으로 가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보았다.
영화 주인공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김미라(최지우 분)는 병원에서 연구원인 남편 정준우(민진웅 분),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이자 아들인 정동명(고동하 분)과 평온한 일상을 보냈다. 그러다 만우절에 감독을 놀래킬 장난을 하려던 동명은 플라스틱 통에 숨다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다. 회사에서 일하던 김미라는 아들 소식에 병원으로 달려가 아들이 1형 당뇨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의사는 자가면역으로 췌장이 파괴돼 완치 가능한 질병 아니고, 인슐린 치료와 적절한 운동 조절이 필요한 게 1형 당뇨임을 김미라에게 설명한다. 그 뒤로 혈당 관리를 위해 최소 7번 이상 고통스러운 채혈을 해야 한다는 간호사 말을 들은 미라는 얼마 후 아들이 저혈당으로 뇌 손상 위기를 겪자, 아들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러던 중 고통스런 채혈 필요 없이 실시간 혈당 모니터링으로 효율적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되는 미국 덱스콤사의 연속혈당측정기를 알게 된다.
이에 김미라는 그 기기를 주문하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기지를 발휘, 납땜 작업 등을 한끝에 기기를 개조·세팅해 아들의 혈당을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이 알게 된 기기 사용법을 미라는 인터넷에 글로 올리고, 결국 1형 당뇨 자녀 가족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들의 기기 주문 부탁에 응한 미라는 주문자들 집에 찾아가 기기 전달, 사용법 설명을 했고 이게 다른 이들의 입소문으로 퍼져,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기기 사용법 세미나를 열기에 이른다.
연속혈당측정기 작동과 관련해 납땜 작업에 골몰하는 김미라 (최지우 분) 모습의 스틸컷. ©스튜디오타깃
그런데 남편 정준우에게서 얘기를 전해 들은 미라는 미국 FDA에서 승인한 덱스콤 기기를 국내에 미신고하고 반입해 다른 이들에게 유통했다는 혐의로 인천세관과 이차선 검사(김영성 분)의 조사를 받으며, 법을 잘 모르고 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선처를 구하게 된다. 이에 관련해 변호사로부터는 의료기기 수입업자 관련 법은 있지만, 직접수입을 통해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법은 없다며, 법이 사회의 급변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도 듣게 된다.
한편 멋진 야구선수가 꿈이었던 동명은 선발투수가 되기 위해 또래들과 경쟁하며, 실력을 쌓아갔지만 자신의 건강상태가 알려지는 바람에 선발투수에서 제외되며 경기 명단에서 제외된다. 허탈감을 느낀 나머지 떡볶이를 먹었는데 그게 급격한 혈당수치 상승의 빌미가 됐고, 경보음으로 이 사실을 알게 된 미라는 동명이 잘못을 저질렀다며 동명에게 당분간 야구를 쉬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동명은 엄마가 돈 버냐며, 기기 착용은 자신을 감시하는 용도고, 어차피 야구 그만둘 테니 신경 쓰지 말라며 항변한다. 이후엔 연속혈당측정기를 달았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미라를 안심시키고선 야구가 하고픈 마음에 야구장으로 가, 거기서 투수가 아닌 타자로 활약, 홈런 치며 환호하지만, 쓰러졌다. 다행히 저혈당이 아닌 요철 때문에 팔에 금이 간 거였지만, 이 사실을 준우는 미라에게 전하며, 동명에게 필요한 건 미라임을 상기시킨다.
불과 얼마 안 돼, 미라는 식약처 조사관(김선영 분)으로부터 의료기기를 불법개조·광고한 수익 창출 혐의로 검찰 송치하겠다는 입장을 전해 듣는다. 미라는 그 수익이 택배비와 물건 환율 차이로 생긴 금액이라 했지만, 사무관은 법 집행은 엄격해야 한다며 이를 일축한다. 식약처에서 나오자 이차선 검사를 본 미라는 잘못했으니 조용히 살겠으며 혈당 관리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이 검사는 법이 구제하지 못하면 미라의 방식이 아닌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말로 일갈한다.
답답한 현실을 느낀 나머지 미라는 이후 1형 당뇨가 있는 사람들의 차별 현실을 알리는 활동에 몰두하게 되었고, 그 사이 언론과 청와대 청원을 통해 미라의 사연은 ‘너무 엄격한 법 적용’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는다. 얼마 뒤 동명과 함께 병원으로 간 미라는 다음부터 준우와 병원에 같이 가겠다는 동명의 말을 들은 직후, 얘기치 않은 통증으로 쓰러져 입원했지만 회복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법을 바꾸기 위해 1형 당뇨인의 차별현실을 알리는 캠페인을 김미라를 비롯한 환우회 소속 구성원들이 하는 모습. ©스튜디오타깃
그 후 의료기기 판매업체에서 일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말을 남기며 집으로 돌아왔다. 미라는 관계가 소원해진 동명에게 과거 동명이 아팠을 때 구급차를 부른 게 실은 어떤 아줌마의 도움 때문이었다며, 자신도 다른 사람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동명을 위해 자신의 아픔을 숨긴 미라를 향해 동명은 아픈 것은 창피한 게 아니라 했는데 왜 숨겼냐고 했고, 이를 들은 미라는 자신이 잘못했다며 눈물로 동명과 화해한다. 이후 동명은 인터뷰에서 엄마를 꼭 필요한 설탕 같은 존재라 말해 미라에게 진한 감동을 남긴다.
이 영화에서 자가면역으로 인한 췌장 파괴로 24시간 지속적인 혈당 관리가 필요하고 방치할 경우 추가적 손상을 얻게 되는 게 1형 당뇨라는 걸 알게 되니, 환자들의 어려움을 다는 깊게 느끼지 못해도 그런 고통이 더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게 됐다. 또한, 당뇨를 원격으로 관리하는 기술을 영화 속에서 선보이고 그게 실제로 존재한다는 게 환자들로선 그 기술이 구세주와 같다는 느낌이 들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아까도 말했지만 1형 당뇨가 췌장장애로 작년 12월 법정 장애로 등록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활동지원, 교통비 할인 등의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췌장장애인의 고통은 조금은 줄어들 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뭔가 꺼림직한 게 느껴진다.
영화에서 나왔던 1형 당뇨는 ▲치료법은 있으나 완치가 불가능하고, ▲지속적 치료가 필요하며, ▲치료 중단 시 사망 또는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으며, ▲진단 및 치료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이 크다. 췌장의 인슐린 생성 능력 상실로 사실상 장기부전 상태이기도 하니, 당연 중증난치질환으로 인정받아 1형 당뇨를 산정특례에 포함시키는 게 이치상으로도 맞다.
이와 관련해 중증난치질환 인정 요건 중에는 환자의 1인당 연간 본인부담 의료비 100만 원 초과란 것이 있다. 실제 환우회에서도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림 펌프 구입비만 해도 한 달에 적어도 평균 30~40만 원 들었다는 결과가 나온 점을 고려해보면, 당연 연간 의료비 100만 원 초과 조건은 만족한다.
그러나 당사국은 대부분 의료기기 업체를 통해 직접 구매하는 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 펌프, 주사기 등 혈당을 일상적으로 관리하는데 필요한 필수 의료기기·소모품 비용을 의료비에서 제외한 채 병원이나 약국에서 지출한 약제비 등의 비용을 의료비로만 인정한다. 그러다 보니 1항 당뇨가 산정특례에 포함되지 않았던 건데, 사실 중증난치질환 판단을 위한 의료기기를 의료비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상당한 모순이다.
질병 코드 E10인 1형 당뇨 관련 요양급여 통계.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스템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스템엔 1형 당뇨 질병 코드 E10의 요양급여와 관련된 1인당 진료비 통계가 나와 있다. 2024년 기준으로 1인당 연간 진료비가 499,249원, 월 단위론 약 4만 1662원이다. 아까도 말했듯 한 달에 적어도 평균 30~40만 원이 기기값인 1형 당뇨의 현실을 생각하면, 보험공단은 기기값을 요양급여에 미포함시켜 현실 왜곡을 통한 산정특례 미지정 논리로 써먹으려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이와 관련해 현재 산정특례는 요양급여 항목에만 적용되고, 약제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기기와 소모품 비용은 요양비로 별도 분류되기에, 산정특례와는 별도이다. 물론 정부에서 이런 기기와 소모품이 1형 당뇨 관리와 치료에 필수적임을 인정해, 건강보험 ‘요양비’로 지원하긴 한다. 2024년 2월부터 19세 미만 소아·청소년의 경우 1형 당뇨와 관련된 기기와 소모품의 본인부담률이 10%로 인하됐다. 성인의 본인부담률은 기존 30%로 유지됐다.
그러나 이는 성인에게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고, 특히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가난한 사람이 1형 당뇨가 있거나 그런 가정엔 그러하며, 결국엔 연령에 따른 의료비 차별로 이어지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제공되는 것과 동일한 범위, 수준 및 기준의 무상 또는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의 건강관리 및 프로그램을 장애인에게 제공하라는 게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25조 가호의 내용인데 연령에 따른 의료비 차별은 이 조항을 미이행하도록 부추기는 요인이다.
또한, 아동 및 노인에게 발생하는 장애 포함해 추가적 장애를 최소화하고 예방하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25조 나호의 내용도 위반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성인에게 기기와 소모품 관련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당뇨 관리를 방치할 수준으로 이르게 된다면, 이는 발이 썩는 등으로 인한 발가락 절단, 눈 실명 등까지 이어져 추가 장애를 입을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다. 이 경우 추가 장애 예방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에서도, 제25조 나호 위반인 것이다.
여기에 요양비 청구 방식도 문제가 된다. 요양비는 환자가 먼저 전액 지불 후 관련 서류를 갖춰 사후에 신청해야 환급받는 구조라 환자 입장에선 상당히 번거롭고 불편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에 행정 절차 부담까지 수반돼 일상생활에 필수인 의료기기 사용 자체를 꺼리게 만든다. 한 마디로 요양비 받으려면 췌장장애가 있는 사람과 그 가족이 오롯이 입증책임을 져야 하는 행정편의주의의 극치가 잘 나타나 있다.
한편, 소득과 당뇨병 유병률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통계는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나와 있다. 2024년 통계를 보면 소득수준(표준화) 시 당뇨병유병률은 소득수준이 하, 중하, 중, 중상, 상일 때 각각 12.4%, 11.6%, 10.2%, 8.5%, 10.1%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당뇨병 유병률이 크다는 경향성은 어느 정도는 설명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스템엔 2형 당뇨 질병 코드 E11의 경우 이 당뇨가 있는 사람이 2024년 기준으로 3,602,443명으로 1형 당뇨인 51,807명보다 약 70여 배가 많다. 이 점을 고려하며, 소득과 당뇨병 유병률 간 통계가 1형과 2형을 구분하지 않은 통계인 걸 감안하면 그 통계가 나온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와 설명이 가능하다.
한국인 2형 당뇨병 위험인자에 대해 소개한 도표. ©대한당뇨병학회
사실 췌장 기능부전을 제외하고서 당뇨병의 후천적 요인으로는 운동부족과 고지방, 고탄수화물 식사 등을 들 수 있다. 영양가도 풍부하고, 고지방, 고탄수화물과는 거리가 있는 신선식품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라면이나 과자, 빵 같은 고탄수화물·고지방 음식의 경우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 더구나 대개는 운동시설에서의 편의시설, 장애 감수성 및 이해 부족 등으로 인해 장애인은 운동할 권리마저 차별을 겪는다. 그러기에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이 당뇨병 유병률이 높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방금 전에도 말했듯 이 통계는 1형 당뇨와 2형 당뇨가 분리되지 않은 통계이고, 소득수준이 상일 때도 유병률이 조금 높게 나왔다. 또, 당뇨병 조절률·치료율과 소득수준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통계와 그 통계 속에 1형과 2형을 분리하는 분리통계조차 없다. 심지어 아동 관련 통계가 전무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사국은 당뇨병을 보편적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 주장할 수 있다.
반은 맞지만, 의료기기 지원이 우선이고, 운동 지원 등이 병행돼야 할 1형과, 운동과 식습관 관리가 주가 되는 2형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 압도적인 인원수의 2형 당뇨인에다 소수의 1형 당뇨인의 통계를 섞으면, 췌장기능 상실 및 기기 문제로 고통이 심각한 당뇨아동을 포함한 1형 당뇨인들의 현실은 가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 장벽으로 후천적 2형 당뇨가 생긴 이들과 관련된 근본적 대책까지 흐리게 되며 이는 분리통계 및 제대로 된 통계의 중요성을 역설한 장애인권리협약 제31조 미이행인 것이다.
가난하고 2형 당뇨가 있는 사람에겐 경제적 장벽으로 당뇨를 방치할 우려가 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서 말하듯 장애란 손상과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장벽 간의 상호작용이자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개념이기에, 경제적 장벽으로 당뇨병을 방치하면 추가 장애를 입을 수 있다. 그러니 1형 당뇨로 가기 전에 경제적 장벽을 완화·철폐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며, 1형 당뇨로 갔을 때는 산정특례 지원의 필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정리해 보겠다.
따라서 1형 당뇨의 경우, 요양비로 분류되는 연속혈당측정기 등의 의료기기, 소모성 용품을 요양급여와 의료비에 포함시켜, 산정특례 요건을 갖추게 하고, 관련해 보건의료비용 본인부담률을 기준금액의 10% 정도로 하되 기준금액을 기기값에 맞게 현실화하는 게 필요하다. 그럴 때, 요양비에 대해 췌장장애가 있는 사람과 그 가족의 입증책임이 사라짐은 물론 환자의 건강관리 및 의료비 부담을 줄이려는 산정특례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건강권을 촉구하는 장애인들 모습. ⓒ에이블뉴스DB
2형 당뇨의 경우엔 예산 제한방식이 아닌 개인의 욕구와 선호를 중시하고 존엄성 고취에 기반한 개인예산제를 수립하고, 이 예산제에 건강권과 관련된 운동 및 신선식품 바우처 예산을 포함시키되 그 예산은 개인이 조절할 수 있도록 해 경제적 장벽이 추가 장애로 이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물론 이는 1형 당뇨도 해당되나, 이 부분은 혈당관리 기기지원 등과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현재 췌장장애의 장애판정 기준은 과거 장애 판정기준 수립 역사로 미뤄볼 때, 순전 의료적 기준으로 갈 공산이 크다. 그러기에 엄격한 의료적 기준 완화는 물론 사회적 환경 등을 고려한 췌장장애 판정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형 당뇨가 있는 사람이어도 경제적 장벽으로 추가 장애가 생길 경우를 포괄하는 장애 판정기준·체계를 고민, 수립해야 한다. 이외에도 1형/2형 당뇨와 사회적 요인 간의 관계를 실질적으로 분석한 분리통계 작업이 국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1형 당뇨와 관련해 복지부는 의료기기와 소모품 관리 주체가 환자라, 요양비를 요양급여로 바꿀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단다. 이는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와의 메일 대화를 통해 확인했다. 그런데 약처방으로 복용하는 행위 주체가 환자임을 생각하면 보건복지부의 답변은 자기모순이다. 바꿔 말하면 기기값이 대체적으로 비싸기에 재정부담이 될 것 같으니, 건전재정 기조라는 재정프레임을 통한 당사국의 재정 지출 통제란 의심이 강력하게 든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작년 8월 7일 국회소통관에서 대한당뇨병연합,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내분비학회 등 10개 단체와 ‘1형 당뇨병의 장애 인정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국회방송
췌장 장애가 법정 장애로 등록된 지 40여 일이 지났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췌장 장애가 이름뿐인 법정 장애로 남지 않으려면 국가는 분리통계를 하지 않고 췌장장애의 산정특례 미포함 및 건전재정이라는 허울 좋은 재정프레임 명분 아래 경제적 장벽 완화·철폐 조치를 사실상 미이행해 췌장장애인의 건강권·생존권을 방치한 사실상의 직무유기를 이제는 진심으로 통감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췌장장애인의 ‘조용한 학살’, ‘사회적 타살’을 부추긴 건 오롯이 국가 책임이 될 것이다.
분리통계 등을 통해 췌장장애인에게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인 차별에 대해 국가가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 예산 통제를 통해 장애인의 건강권을 포함한 기본권과 자유는 뒷전으로 내팽개친 것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런 책임 있는 행정이 췌장장애인에겐 꼭 필요한 설탕과도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영화 슈가에서 미라는 꼭 필요한 설탕이라고 동명이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것만이 췌장 장애가 '이름뿐인 법정 장애'가 아닌 췌장장애인의 권리 보장 및 존엄성 고취를 위한 길이 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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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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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인공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김미라(최지우 분)는 병원에서 연구원인 남편 정준우(민진웅 분),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이자 아들인 정동명(고동하 분)과 평온한 일상을 보냈다. 그러다 만우절에 감독을 놀래킬 장난을 하려던 동명은 플라스틱 통에 숨다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다. 회사에서 일하던 김미라는 아들 소식에 병원으로 달려가 아들이 1형 당뇨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의사는 자가면역으로 췌장이 파괴돼 완치 가능한 질병 아니고, 인슐린 치료와 적절한 운동 조절이 필요한 게 1형 당뇨임을 김미라에게 설명한다. 그 뒤로 혈당 관리를 위해 최소 7번 이상 고통스러운 채혈을 해야 한다는 간호사 말을 들은 미라는 얼마 후 아들이 저혈당으로 뇌 손상 위기를 겪자, 아들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러던 중 고통스런 채혈 필요 없이 실시간 혈당 모니터링으로 효율적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되는 미국 덱스콤사의 연속혈당측정기를 알게 된다.
이에 김미라는 그 기기를 주문하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기지를 발휘, 납땜 작업 등을 한끝에 기기를 개조·세팅해 아들의 혈당을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이 알게 된 기기 사용법을 미라는 인터넷에 글로 올리고, 결국 1형 당뇨 자녀 가족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들의 기기 주문 부탁에 응한 미라는 주문자들 집에 찾아가 기기 전달, 사용법 설명을 했고 이게 다른 이들의 입소문으로 퍼져,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기기 사용법 세미나를 열기에 이른다.
연속혈당측정기 작동과 관련해 납땜 작업에 골몰하는 김미라 (최지우 분) 모습의 스틸컷. ©스튜디오타깃
그런데 남편 정준우에게서 얘기를 전해 들은 미라는 미국 FDA에서 승인한 덱스콤 기기를 국내에 미신고하고 반입해 다른 이들에게 유통했다는 혐의로 인천세관과 이차선 검사(김영성 분)의 조사를 받으며, 법을 잘 모르고 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선처를 구하게 된다. 이에 관련해 변호사로부터는 의료기기 수입업자 관련 법은 있지만, 직접수입을 통해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법은 없다며, 법이 사회의 급변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도 듣게 된다.
한편 멋진 야구선수가 꿈이었던 동명은 선발투수가 되기 위해 또래들과 경쟁하며, 실력을 쌓아갔지만 자신의 건강상태가 알려지는 바람에 선발투수에서 제외되며 경기 명단에서 제외된다. 허탈감을 느낀 나머지 떡볶이를 먹었는데 그게 급격한 혈당수치 상승의 빌미가 됐고, 경보음으로 이 사실을 알게 된 미라는 동명이 잘못을 저질렀다며 동명에게 당분간 야구를 쉬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동명은 엄마가 돈 버냐며, 기기 착용은 자신을 감시하는 용도고, 어차피 야구 그만둘 테니 신경 쓰지 말라며 항변한다. 이후엔 연속혈당측정기를 달았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미라를 안심시키고선 야구가 하고픈 마음에 야구장으로 가, 거기서 투수가 아닌 타자로 활약, 홈런 치며 환호하지만, 쓰러졌다. 다행히 저혈당이 아닌 요철 때문에 팔에 금이 간 거였지만, 이 사실을 준우는 미라에게 전하며, 동명에게 필요한 건 미라임을 상기시킨다.
불과 얼마 안 돼, 미라는 식약처 조사관(김선영 분)으로부터 의료기기를 불법개조·광고한 수익 창출 혐의로 검찰 송치하겠다는 입장을 전해 듣는다. 미라는 그 수익이 택배비와 물건 환율 차이로 생긴 금액이라 했지만, 사무관은 법 집행은 엄격해야 한다며 이를 일축한다. 식약처에서 나오자 이차선 검사를 본 미라는 잘못했으니 조용히 살겠으며 혈당 관리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이 검사는 법이 구제하지 못하면 미라의 방식이 아닌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말로 일갈한다.
답답한 현실을 느낀 나머지 미라는 이후 1형 당뇨가 있는 사람들의 차별 현실을 알리는 활동에 몰두하게 되었고, 그 사이 언론과 청와대 청원을 통해 미라의 사연은 ‘너무 엄격한 법 적용’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는다. 얼마 뒤 동명과 함께 병원으로 간 미라는 다음부터 준우와 병원에 같이 가겠다는 동명의 말을 들은 직후, 얘기치 않은 통증으로 쓰러져 입원했지만 회복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법을 바꾸기 위해 1형 당뇨인의 차별현실을 알리는 캠페인을 김미라를 비롯한 환우회 소속 구성원들이 하는 모습. ©스튜디오타깃
그 후 의료기기 판매업체에서 일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말을 남기며 집으로 돌아왔다. 미라는 관계가 소원해진 동명에게 과거 동명이 아팠을 때 구급차를 부른 게 실은 어떤 아줌마의 도움 때문이었다며, 자신도 다른 사람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동명을 위해 자신의 아픔을 숨긴 미라를 향해 동명은 아픈 것은 창피한 게 아니라 했는데 왜 숨겼냐고 했고, 이를 들은 미라는 자신이 잘못했다며 눈물로 동명과 화해한다. 이후 동명은 인터뷰에서 엄마를 꼭 필요한 설탕 같은 존재라 말해 미라에게 진한 감동을 남긴다.
이 영화에서 자가면역으로 인한 췌장 파괴로 24시간 지속적인 혈당 관리가 필요하고 방치할 경우 추가적 손상을 얻게 되는 게 1형 당뇨라는 걸 알게 되니, 환자들의 어려움을 다는 깊게 느끼지 못해도 그런 고통이 더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게 됐다. 또한, 당뇨를 원격으로 관리하는 기술을 영화 속에서 선보이고 그게 실제로 존재한다는 게 환자들로선 그 기술이 구세주와 같다는 느낌이 들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아까도 말했지만 1형 당뇨가 췌장장애로 작년 12월 법정 장애로 등록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활동지원, 교통비 할인 등의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췌장장애인의 고통은 조금은 줄어들 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뭔가 꺼림직한 게 느껴진다.
영화에서 나왔던 1형 당뇨는 ▲치료법은 있으나 완치가 불가능하고, ▲지속적 치료가 필요하며, ▲치료 중단 시 사망 또는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으며, ▲진단 및 치료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이 크다. 췌장의 인슐린 생성 능력 상실로 사실상 장기부전 상태이기도 하니, 당연 중증난치질환으로 인정받아 1형 당뇨를 산정특례에 포함시키는 게 이치상으로도 맞다.
이와 관련해 중증난치질환 인정 요건 중에는 환자의 1인당 연간 본인부담 의료비 100만 원 초과란 것이 있다. 실제 환우회에서도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림 펌프 구입비만 해도 한 달에 적어도 평균 30~40만 원 들었다는 결과가 나온 점을 고려해보면, 당연 연간 의료비 100만 원 초과 조건은 만족한다.
그러나 당사국은 대부분 의료기기 업체를 통해 직접 구매하는 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 펌프, 주사기 등 혈당을 일상적으로 관리하는데 필요한 필수 의료기기·소모품 비용을 의료비에서 제외한 채 병원이나 약국에서 지출한 약제비 등의 비용을 의료비로만 인정한다. 그러다 보니 1항 당뇨가 산정특례에 포함되지 않았던 건데, 사실 중증난치질환 판단을 위한 의료기기를 의료비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상당한 모순이다.
질병 코드 E10인 1형 당뇨 관련 요양급여 통계.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스템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스템엔 1형 당뇨 질병 코드 E10의 요양급여와 관련된 1인당 진료비 통계가 나와 있다. 2024년 기준으로 1인당 연간 진료비가 499,249원, 월 단위론 약 4만 1662원이다. 아까도 말했듯 한 달에 적어도 평균 30~40만 원이 기기값인 1형 당뇨의 현실을 생각하면, 보험공단은 기기값을 요양급여에 미포함시켜 현실 왜곡을 통한 산정특례 미지정 논리로 써먹으려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이와 관련해 현재 산정특례는 요양급여 항목에만 적용되고, 약제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기기와 소모품 비용은 요양비로 별도 분류되기에, 산정특례와는 별도이다. 물론 정부에서 이런 기기와 소모품이 1형 당뇨 관리와 치료에 필수적임을 인정해, 건강보험 ‘요양비’로 지원하긴 한다. 2024년 2월부터 19세 미만 소아·청소년의 경우 1형 당뇨와 관련된 기기와 소모품의 본인부담률이 10%로 인하됐다. 성인의 본인부담률은 기존 30%로 유지됐다.
그러나 이는 성인에게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고, 특히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가난한 사람이 1형 당뇨가 있거나 그런 가정엔 그러하며, 결국엔 연령에 따른 의료비 차별로 이어지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제공되는 것과 동일한 범위, 수준 및 기준의 무상 또는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의 건강관리 및 프로그램을 장애인에게 제공하라는 게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25조 가호의 내용인데 연령에 따른 의료비 차별은 이 조항을 미이행하도록 부추기는 요인이다.
또한, 아동 및 노인에게 발생하는 장애 포함해 추가적 장애를 최소화하고 예방하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25조 나호의 내용도 위반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성인에게 기기와 소모품 관련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당뇨 관리를 방치할 수준으로 이르게 된다면, 이는 발이 썩는 등으로 인한 발가락 절단, 눈 실명 등까지 이어져 추가 장애를 입을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다. 이 경우 추가 장애 예방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에서도, 제25조 나호 위반인 것이다.
여기에 요양비 청구 방식도 문제가 된다. 요양비는 환자가 먼저 전액 지불 후 관련 서류를 갖춰 사후에 신청해야 환급받는 구조라 환자 입장에선 상당히 번거롭고 불편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에 행정 절차 부담까지 수반돼 일상생활에 필수인 의료기기 사용 자체를 꺼리게 만든다. 한 마디로 요양비 받으려면 췌장장애가 있는 사람과 그 가족이 오롯이 입증책임을 져야 하는 행정편의주의의 극치가 잘 나타나 있다.
한편, 소득과 당뇨병 유병률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통계는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나와 있다. 2024년 통계를 보면 소득수준(표준화) 시 당뇨병유병률은 소득수준이 하, 중하, 중, 중상, 상일 때 각각 12.4%, 11.6%, 10.2%, 8.5%, 10.1%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당뇨병 유병률이 크다는 경향성은 어느 정도는 설명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스템엔 2형 당뇨 질병 코드 E11의 경우 이 당뇨가 있는 사람이 2024년 기준으로 3,602,443명으로 1형 당뇨인 51,807명보다 약 70여 배가 많다. 이 점을 고려하며, 소득과 당뇨병 유병률 간 통계가 1형과 2형을 구분하지 않은 통계인 걸 감안하면 그 통계가 나온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와 설명이 가능하다.
한국인 2형 당뇨병 위험인자에 대해 소개한 도표. ©대한당뇨병학회
사실 췌장 기능부전을 제외하고서 당뇨병의 후천적 요인으로는 운동부족과 고지방, 고탄수화물 식사 등을 들 수 있다. 영양가도 풍부하고, 고지방, 고탄수화물과는 거리가 있는 신선식품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라면이나 과자, 빵 같은 고탄수화물·고지방 음식의 경우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 더구나 대개는 운동시설에서의 편의시설, 장애 감수성 및 이해 부족 등으로 인해 장애인은 운동할 권리마저 차별을 겪는다. 그러기에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이 당뇨병 유병률이 높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방금 전에도 말했듯 이 통계는 1형 당뇨와 2형 당뇨가 분리되지 않은 통계이고, 소득수준이 상일 때도 유병률이 조금 높게 나왔다. 또, 당뇨병 조절률·치료율과 소득수준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통계와 그 통계 속에 1형과 2형을 분리하는 분리통계조차 없다. 심지어 아동 관련 통계가 전무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사국은 당뇨병을 보편적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 주장할 수 있다.
반은 맞지만, 의료기기 지원이 우선이고, 운동 지원 등이 병행돼야 할 1형과, 운동과 식습관 관리가 주가 되는 2형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 압도적인 인원수의 2형 당뇨인에다 소수의 1형 당뇨인의 통계를 섞으면, 췌장기능 상실 및 기기 문제로 고통이 심각한 당뇨아동을 포함한 1형 당뇨인들의 현실은 가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 장벽으로 후천적 2형 당뇨가 생긴 이들과 관련된 근본적 대책까지 흐리게 되며 이는 분리통계 및 제대로 된 통계의 중요성을 역설한 장애인권리협약 제31조 미이행인 것이다.
가난하고 2형 당뇨가 있는 사람에겐 경제적 장벽으로 당뇨를 방치할 우려가 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서 말하듯 장애란 손상과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장벽 간의 상호작용이자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개념이기에, 경제적 장벽으로 당뇨병을 방치하면 추가 장애를 입을 수 있다. 그러니 1형 당뇨로 가기 전에 경제적 장벽을 완화·철폐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며, 1형 당뇨로 갔을 때는 산정특례 지원의 필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정리해 보겠다.
따라서 1형 당뇨의 경우, 요양비로 분류되는 연속혈당측정기 등의 의료기기, 소모성 용품을 요양급여와 의료비에 포함시켜, 산정특례 요건을 갖추게 하고, 관련해 보건의료비용 본인부담률을 기준금액의 10% 정도로 하되 기준금액을 기기값에 맞게 현실화하는 게 필요하다. 그럴 때, 요양비에 대해 췌장장애가 있는 사람과 그 가족의 입증책임이 사라짐은 물론 환자의 건강관리 및 의료비 부담을 줄이려는 산정특례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건강권을 촉구하는 장애인들 모습. ⓒ에이블뉴스DB
2형 당뇨의 경우엔 예산 제한방식이 아닌 개인의 욕구와 선호를 중시하고 존엄성 고취에 기반한 개인예산제를 수립하고, 이 예산제에 건강권과 관련된 운동 및 신선식품 바우처 예산을 포함시키되 그 예산은 개인이 조절할 수 있도록 해 경제적 장벽이 추가 장애로 이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물론 이는 1형 당뇨도 해당되나, 이 부분은 혈당관리 기기지원 등과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현재 췌장장애의 장애판정 기준은 과거 장애 판정기준 수립 역사로 미뤄볼 때, 순전 의료적 기준으로 갈 공산이 크다. 그러기에 엄격한 의료적 기준 완화는 물론 사회적 환경 등을 고려한 췌장장애 판정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형 당뇨가 있는 사람이어도 경제적 장벽으로 추가 장애가 생길 경우를 포괄하는 장애 판정기준·체계를 고민, 수립해야 한다. 이외에도 1형/2형 당뇨와 사회적 요인 간의 관계를 실질적으로 분석한 분리통계 작업이 국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1형 당뇨와 관련해 복지부는 의료기기와 소모품 관리 주체가 환자라, 요양비를 요양급여로 바꿀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단다. 이는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와의 메일 대화를 통해 확인했다. 그런데 약처방으로 복용하는 행위 주체가 환자임을 생각하면 보건복지부의 답변은 자기모순이다. 바꿔 말하면 기기값이 대체적으로 비싸기에 재정부담이 될 것 같으니, 건전재정 기조라는 재정프레임을 통한 당사국의 재정 지출 통제란 의심이 강력하게 든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작년 8월 7일 국회소통관에서 대한당뇨병연합,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내분비학회 등 10개 단체와 ‘1형 당뇨병의 장애 인정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국회방송
췌장 장애가 법정 장애로 등록된 지 40여 일이 지났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췌장 장애가 이름뿐인 법정 장애로 남지 않으려면 국가는 분리통계를 하지 않고 췌장장애의 산정특례 미포함 및 건전재정이라는 허울 좋은 재정프레임 명분 아래 경제적 장벽 완화·철폐 조치를 사실상 미이행해 췌장장애인의 건강권·생존권을 방치한 사실상의 직무유기를 이제는 진심으로 통감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췌장장애인의 ‘조용한 학살’, ‘사회적 타살’을 부추긴 건 오롯이 국가 책임이 될 것이다.
분리통계 등을 통해 췌장장애인에게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인 차별에 대해 국가가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 예산 통제를 통해 장애인의 건강권을 포함한 기본권과 자유는 뒷전으로 내팽개친 것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런 책임 있는 행정이 췌장장애인에겐 꼭 필요한 설탕과도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영화 슈가에서 미라는 꼭 필요한 설탕이라고 동명이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것만이 췌장 장애가 '이름뿐인 법정 장애'가 아닌 췌장장애인의 권리 보장 및 존엄성 고취를 위한 길이 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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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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