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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속 포용의 언어, 장애학생과 함께 만드는 수업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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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3,540회 작성일 26-01-2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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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칼럼니스트 조주희 입력 2026.01.23 17:22 수정 2026.01.26 07:42

장애학생이 있는 교실에서도 교사의 말과 또래의 말은 종종 ‘배제의 언어’로 작동한다. “조금 느리니까 기다려주자”, “그래도 잘했네”와 같은 말이 선의로 시작되더라도,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와 위계가 숨어 있다.

포용의 언어란 단지 친절하게 말하는 기술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존중받고 배움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교육적 소통의 방식을 의미한다.

포용의 언어는 교사의 말에서 시작된다. 교사는 교실 안의 언어 환경을 설계하는 첫 번째 주체이다. 수업 중 장애학생의 발언이 느리거나, 표현이 불분명하더라도 교사가 이를 기다려주고, 그 말을 학급 전체의 대화 속에 연결해주는 순간, 교실의 공기는 달라진다.

반대로 교사가 무심히 다음 학생으로 넘어가거나 대신 말을 정리해주는 경우, 학생의 언어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사라진다. 교사의 한마디가 학생의 존재를 드러내거나 지워버릴 수 있다는 사실은, 포용교육이 단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의 윤리임을 일깨워준다.

또한 교실의 언어는 또래 학생들 사이에서도 재구성되어야 한다. 장애학생을 향한 “괜찮아, 내가 해줄게”라는 말은 따뜻하지만, 반복되면 ‘함께 배우는 관계’ 대신 ‘보호받는 관계’를 강화한다. 교사는 이러한 언어적 위계를 인식하고, 협력적 활동 속에서 서로의 역할을 재구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조별학습에서 장애학생을 단순히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 두지 않고, ‘설명자’, ‘기록자’, ‘아이디어 제안자’ 등 다양한 역할을 맡길 때, 학생은 학습의 주체로 설 수 있다. 언어가 관계를 만들고, 관계가 배움을 바꾼다.

포용의 언어는 평가와 피드백의 장면에서도 중요하다. 장애학생에게 “그래도 노력했어”라는 피드백은 격려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기준의 차이를 드러내는 말일 수 있다. 교사는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되, 그 안에 담긴 기대의 높이를 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 부분에서 네가 선택한 방법이 참 독창적이었어”와 같이 성과보다 과정과 사고의 다양성을 언급하는 언어는 학생의 자율성과 역량을 긍정하는 포용적 표현이다.

교사의 언어는 학습의 틀을 넘어 교실 문화의 규범을 만든다. 장애학생을 특정한 언어로 규정하지 않기 위해서는, 교사 자신이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특수’, ‘정상’, ‘일반’과 같은 구분의 언어는 학습자 사이의 위계를 자연스럽게 내면화시킨다. 대신 ‘다른 방식으로 배우는 학생’, ‘각자의 속도로 배우는 학습자’와 같은 언어로 전환할 때, 교실은 차이를 인정하는 공간이 된다.

포용의 언어는 말의 기술이 아니라 관계의 구조이다. 교사가 학생의 존재를 언어로 확인하고, 또래가 그 언어를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곧 포용교육의 실천이다. 장애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이 자신의 경험을 말할 수 있는 수업, 서로의 감정을 듣고 해석할 수 있는 교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통합교육이다.

이러한 변화는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실 안 작은 언어의 전환에서 시작된다. “이건 안 된다”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괜찮아” 대신 “좋은 시도였어”라고 말할 때, 학생은 스스로를 실패의 대상이 아닌 성장의 주체로 느낀다. 포용의 언어는 장애학생만을 위한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교실의 모든 학생이 서로의 다름 속에서 배우는 언어이며, 교육이 인간을 존중하는 일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되살리는 언어이다.

교사의 언어는 교육의 방향을 결정한다. 말이 곧 문화가 되고, 문화가 교육을 만든다. 교실 속에서 교사가 사용하는 언어가 포용적일 때, 학교는 제도가 아니라 관계로 완성된다. 포용의 언어를 배우는 일은, 곧 포용의 교사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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