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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뇌졸중’ 급증과 끊어진 희망의 사다리, 원직복귀 위한 사회적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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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3,849회 작성일 26-01-2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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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장애 지형도’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더 이상 뇌졸중(뇌경색, 뇌출혈)은 노년의 전유물이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뇌졸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중 40대 이하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30~40대 젊은 뇌졸중 환자 수는 지난 10년 사이 20% 가까이 급증했다는 보고도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 극심한 취업 및 직무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러한 문제가 더 크지는 것은 이들이 우리 사회의 ‘허리’를 담당하는 핵심 생산 인구이자,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라는 점이다. 30대, 40대에 찾아온 뇌병변 중 뇌졸중 장애는 개인의 불행을 넘어, 가계 경제의 파탄과 국가 노동력의 심각한 손실로 이어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을 받아안아야 할 우리 사회의 안전망은 여전히 ‘급성기 치료’라는 의료적 단계에만 머물러 있다.

‘재활난민’을 양산하는 한국, ‘원직복귀’를 돕는 선진국

한국의 뇌졸중 장애인들은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 길을 잃는다. 수술과 초기 치료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기술이 투입되지만, 정작 퇴원 후 사회로 돌아가는 길은 끊겨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뇌병변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전체 장애인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며, 발병 전 직장으로 복귀하는 ‘원직 복귀율’은 관련 데이터조차 제대로 집계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반면, 선진 복지국가들의 대응은 우리와 확연히 다르다. 그들은 장애 발생 초기부터 ‘치료’와 ‘직업복귀’를 하나의 프로세스로 통합하여 관리한다.

독일의 경우, ‘통합관리(BEM, Betriebliches Eingliederungsmanagement)’ 제도를 통해 노동자가 질병으로 6주 이상 휴직할 경우, 고용주는 의무적으로 해당 노동자의 원직복귀를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해고를 논하기 전에 직무환경을 어떻게 조정할지, 어떤 보조공학 기기가 필요한지를 먼저 상의한다.

뉴질랜드는 사고보상공사(ACC) 시스템을 통해 재활의 최종 목표를 명확히 ‘직업복귀’에 둔다. 재활전담 코디네이터가 병원 단계부터 개입하여 환자의 직업적 특성을 파악하고, 직장과 조율하여 단계적인 복귀계획을 수립한다.

이들 국가에서 뇌졸중은 ‘직업 생명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근무 환경으로의 전환점’일 뿐이다. 그러나 한국의 젊은 뇌졸중 환자들은 퇴원과 동시에 해고 통보를 받거나, 스스로 사직을 강요받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 비용 절감과 인권 보장을 위한 4가지 제언

이제 우리도 ‘치료 후 각자도생’의 후진적 시스템을 버리고,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제도 개선에 하루 빨리 나서야 하겠다.

첫째, ‘전환기 재활 코디네이터’ 제도를 의무화해야 한다. 의료적 처치가 끝난 시점이 아니라, 입원 초기부터 환자의 직업 복귀를 준비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의사는 신체를 치료하고, 코디네이터는 환자의 직무와 환경을 분석하여 ‘사회적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이들이 병원과 직장을 오가며 가교역할을 할 때,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한 퇴사를 막을 수 있다.

둘째, 고용주의 부담을 덜어주는 ‘직업유지지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장애인을 신규 채용하는 기업에 주는 인센티브보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숙련된 직원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기업에 더 파격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직무조정에 필요한 비용, 대체 인력 인건비, 보조공학기기 설치비 등을 공적 자금으로 과감히 지원함으로써, 기업이 숙련된 인재를 버리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셋째,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생활밀착형 재활’을 보편화해야 한다. 젊은 환자들은 디지털 기기에 더 익숙하다. 최근 발전하는 AI 기반의 언어재활 앱, 보행분석 웨어러블 기기 등을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그래서 병원에 자주 가지 않아도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인 재활이 가능할 때, 직장생활과 치료의 병행이 가능해진다.

넷째, 지역사회 중심의 심리·사회적 지지망을 복원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장애는 신체적 고통보다 ‘사회적 고립감’과 ‘우울’을 동반하게 된다.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이 정보를 나누는 자조모임, 가족의 심리적 소진을 막는 휴식지원 프로그램이 ‘중도장애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촘촘하게 짜여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중도장애를 갖게 된 30대 가장이 다시 출근하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이 아닐까 생각한다. 뇌졸중은 사실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것은 나의 일일 수도, 내 가족의 일일 수도 있다. 30대 청년이, 40대 가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져도 충분한 재활을 거쳐 다시 넥타이를 매고 당당하게 출근할 수 있는 사회, 그것이 진정한 선진 복지국가다.

‘사람이 자산’인 대한민국에서, 준비된 인재들이 장애를 이유로 사장되어 가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우리사회 전체가 지금 당장 무너진 사다리를 다시 세우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그들이 돌아갈 곳은 차가운 방구석이 아니라, 치열했던 삶의 현장인 ‘일터’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사단법인 해냄복지회 이사장인 김재익 박사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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