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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만남, 책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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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4,372회 작성일 26-01-1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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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칼럼니스트 서인환 입력 2026.01.12 12:47 수정 2026.01.12 13:47

책의 구성을 보면 작가의 성장 과정, 남편과의 만남, 남편과의 생활, 남편과의 갈등, 다시 회복한 사랑으로 드라마틱하다. 제목도 에세이가 아닌 소설처럼 거창하여 긴장감을 가지고 읽게 한다.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만남을 통해 사랑 안에서 서로 똑같이 존재를 인정하는 이야기다. 장애인들은 연인을 사귀는 데 두려움과 결혼을 위해 겪는 양가 허락의 어려움, 그리고 결혼생활에서의 갈등을 겪게 된다. 요즘 장애인들도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어 갈등을 어떻게 이겨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가족치료 상담 교재로서도 이 책은 적절해 보인다.

남편은 강원도 인제에서 장애인단체 직업재활사업을 하다가 한벗재단의 직원으로 보조기기센터 일을 하기도 하였고, 근육장애인협회 회장직을 지낸 바도 있고, 서울관광재단에서 무장애관광센터 센터장으로 일하다가 지금은 다시 장애인단체 법인 사무처장 일을 하고 있는 정영만 처장이다. 책을 읽을 때에 처음에는 주인공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고 읽었는데, 읽으면서 이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로 알게 되었고, 전화로 사실을 확인했다.

정 처장은 강원도 인제에서 자랐다. 11세에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트럭에 치일 뻔한 적이 있다. 몸을 굴려 간신히 사고를 면했지만 몸의 변화를 처음 경험한 사건이었다. 조금씩 몸이 말을 듣지 않았고 다리에 힘이 약해졌다. 진행성 근이영양증이란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스무 살을 넘기기 어렵다고 하여 그는 스무 살까지만 살 작정을 하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판정을 받은 아들은 무엇을 갖고 싶으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컴퓨터를 갖고 싶다고 하였다. 컴퓨터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과 정보를 얻는 일, 그리고 컴퓨터로 남들보다 일찍 정보기술을 접하는 계기가 되었다.

1997년 컴퓨터대리점에 근무하던 시기에 아버지를 뇌졸중으로 잃었다. 가장이 되어 돈을 벌려고 친구의 꼬임에 빠져 자석요 판매로 2년을 허비하기도 했다. 좌절하고 있던 때에 교회를 가게 되었고, 2003년 공동모금회 지원으로 전동휠체어를 갖게 되었다. 2006년에는 큰 홍수로 인해 홀어머니마저 잃었다.

그의 아내 권지명 작가의 아빠는 양계업을 하다가 거듭 사업이 실패하여 호떡집을 하였는데, 친구의 소개로 대전의 아동복지시설(평화의마을) 총무일을 하다가 후에 복지관장을 하기도 하고, 장애인 여행 프로그램 사업도 하였다. 작가는 어린 시절 복지시설에서 원생들과 함께 생활했다.

권 작가가 장애인에 대한 첫 만남은 초등학교 친구였다. 오른손에 화상으로 장애가 있는 친구였는데, 친구가 글짓기 발표 시간에 자기 손을 신기하게 쳐다보지 말아 달라며 울었다. 뇌성마비 반 아이도 만났고, 고2 때에는 소록도 봉사활동을 가서 한벗회를 만났는데 그때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사회복지사로 서산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전동휠체어를 타고 치킨 배달을 하는 친구도 생겼다. 대전에서 복지관 근무를 하면서 많은 장애인을 내담자로 만났다. 2005년 상경하여 아빠의 지인 백진앙(장애를 시혜 대상이 아닌 민중 주체로 본 인물) 선생이 설립한 한벗재단에서 일하게 되었다. 장애인 이동지원, 활동지원, 보조공학 지원 등의 사업을 하는 단체였다. 한벗재단 게스트룸에서 자립생활 체험을 하던 뇌성마비 언니와 생활을 하였다.

한국장애인재단 사업설명회장에서 질문하던 휠체어 사용 장애인에게 눈길이 갔다. 한벗재단 장애인 맞선대회에서 그 사람이 다른 여성과 만나는 것을 보고 다른 여성을 만나지 말라며 사귀자는 고백을 했다. 그것을 운명으로 여겼는데, 그 남자가 현재의 남편이다. 남편은 당시 작가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일부러 그런 행동을 했단다.

사귄 지 두 달째 결혼을 결심했지만 막막했다. 목사님이 ‘이삭이 모친을 상사 후에 리브가를 아내로 맞아 위로를 받았듯이 하나님의 뜻이니 걱정말라’는 말을 듣고 양가에 허락을 받을 전략을 세웠다. 아빠와 냉전을 겪었지만 결국 신앙으로 허락을 해 주셨다. 대전 평화의마을 마당에서 많은 사람의 축복 속에 아주 특별한 결혼식을 올렸다.

친구가 있는 밴쿠버에 신혼여행을 갔다. 가기 전에 환경조사를 하고 경사로를 준비했지만 로맨틱한 시간보다 이동의 어려움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는 지하철에서 리프트가 움직일 때 나는 멜로디다. 하지만 지하철은 혼잡한 시간에 이용하기 어렵고 이용객들의 인식부족과 장애인 화장실의 관리 미비 등으로 지하철이 장애인에게 ‘즐거운 곳’이 아니었음을 이야기하며 권 작가는 편의시설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신혼 때에 길거리에서 ‘옥돔 사기’로 재산을 탕진하는 이야기에서 이를 해결한 남편의 든든함과 존경심을 가졌었다. 남편의 출근을 위해 두 시간 이상 씻기고 먹이고 옷 입히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행복했다. 근이영양증은 당시에는 모성유전이라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어머니는 죄인으로 살아야 했고, 한때는 정 처장도 엄마를 원망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가족 누구도 말을 하면 안 되는 불문율이었다.

출산과 양육은 불안과 감격의 연속이었다. ‘구정물’이란 소제목에서 고여 있을 때에는 맑아 보이지만 누군가 흔들면 흐려져 버리는 심리를 비유하면서 유전의 걱정으로 인해 남편은 ‘걱정인형’이 되었단다. 유전자 검사에 아무런 이상은 없었다.

네 살짜리 딸 아이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아빠에게 까꿍놀이를 하며 밀치는 바람에 아빠는 넘어지면서 장애가 더 심해졌다. 잠을 잘 때에도 항상 대기를 해야 하는 어려움을 ‘남편은 디테일에 약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남편 케어와 아이 양육과 직장생활에 지친 작가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 시도한다.

활동지원사 제도가 생기면서 조금의 시간의 여유가 생기기는 했지만,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지는 거리감이 생기기도 했다. 남편의 케어에 처음에는 고마워하던 남편이 나중에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감사하지도 않고, 케어에 지친 작가는 남편이 원수로 보이면서 내가 하인인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결혼생활에 회의가 생겼고, 결국 이혼 직전까지 갔다. ‘당신을 만나지 않았다면’하는 후회가 생겼다.

헤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소원 한번 들어준다는 심정으로 엄마의 권유로 가족 세우기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는데, 가족 역할극을 통해 처음의 소중했던 사랑을 기억해 내서 회복할 수 있었고, 목사님의 말씀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성경에 ‘일만 달란트 빚을 탕감해 주었는데, 용서받은 이는 백 다나리온 빚진 자에게 빛을 갚으라고 독촉’한 성경 이야기가 지친 마음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작가는 장애인을 위한 종사자나 가족이 오히려 장애인의 적이라고 말하면서, 장애를 잘 안다는 자만심이 장애인의 입장을 무시하고 그의 한을 이해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고 말한다.

엄마와 티격태격한 것을 ‘잘 맞지 않는 로또’라고 비유했는데, 누구의 로또라고 하면 물주나 귀인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이런 의미로도 쓰임이 재미있다. 아빠는 유언으로 ‘한 달 걷지 못해 보니 정서방이 대단하더라며 이혼하지 말고 감사하며 살아라’라고 말했단다. 생각을 바꾸고 보니 남편은 사랑스럽고 얼마나 나를 사랑하는지도 보였다. 장애인과 살아주는 천사가 아니라 진정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편이 내 편으로 보였다. 작가는 ‘만나지 않았더라면’이란 말을 원망이 아니라 행복의 고백으로 다시 말하면서 글을 맺는다.

장애인 가족은 더욱 위태로울 수 있고 함께 많은 어려움을 이겨나가야 한다. 초심을 잃고 빛이 바래지면 그 가족은 서로 상처를 주는 관계가 되어 버린다. 나를 필요로 하고 나를 사랑하는 것을 의심하지 말고 지치지 않고 사랑을 엮어갈 힘을 계속 충전해 나가야 장애인은 행복해지며, 사회 참여에서도 당당해질 것이다.

작가가 이혼을 생각했던 지친 모습도 여과 없이 글로 쓴 것은 가리고 싶은 것을 내보이는 용기를 통해 다른 장애인들의 가족들에게 나처럼 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 담겨 있는 것이다. 사람 개인이 존엄하듯이 인연을 고귀하게 여기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자는 이야기는 건강한 장애인 가족을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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