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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라고요”가 던진 질문, 장애인은 더 크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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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4,244회 작성일 26-01-1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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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끊는 말과 불안 덜어주는 설명은 함께 가야 한다
[기고] 김경진 경남척수장애인협회 거창군지회장
기자명기고/김경진 입력 2026.01.12 17:04 수정 2026.01.12 17:06

장애인 당사자로서 이 논란을 보며, 한 문장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쉽게 밀어내는지 다시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 “어쩌라고요”는 ‘논리’보다 ‘정서’가 먼저 전달되는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통쾌한 반문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럼 네가 알아서 해”라는 방치로 들린다. 그리고 그 ‘방치의 감각’은 사회에서 늘 설명을 더 요구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더 크게 닿는다.

대통령의 취지 자체, 국적을 근거로 혐오를 확대하지 말자는 말은 필요하다. 혐오가 커질수록 가장 먼저 다치는 건 사회적 약자다. 갈등이 격해지면, 일자리도 복지도 안전망도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그러나 그 취지를 살리려면, 말의 방향이 한쪽만 향해서는 안 된다. “혐오를 멈추자”는 선언과 동시에 “불안을 줄이는 대책”이 따라붙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번 이슈의 뿌리는 ‘감정’이 아니라 ‘정보 안전’이기 때문이다. 쿠팡 사안은 보도에서 약 3,370만 개 계정 규모로 언급될 만큼 파장이 컸고, 노출 정보로는 이름·이메일·배송주소록·일부 주문정보 등이 거론됐다. “외부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든, “전직 직원 소행”이든, 수사의 결론이 무엇이든 간에, 시민이 느끼는 핵심은 단순하다. “내 정보는 안전한가.” 이 질문 앞에서 대통령의 첫 반응이 차갑게 들리면, 취지는 맞아도 신뢰는 흔들린다.

장애인에게 ‘정보 안전’은 더 현실적이다. 이동지원 예약, 병원 일정, 복지서비스 신청, 온라인 주문과 결제, 보호자와의 연락까지 일상이 계정과 인증 위에서 돌아간다. 전화 한 통, 문자 한 통이 곧바로 보이스피싱·스미싱으로 이어질 수 있고, 피해가 발생하면 회복은 더디다. 누군가는 “비밀번호 바꾸면 되지”라고 말하지만, 누군가에게 그 과정은 ‘접근성’의 문제이고 ‘도움 요청’의 문제이며 결국 ‘혼자 남는’ 문제다.

그래서 나는 이 논란을 정치 공방으로만 소비하는 게 아쉽다. 말싸움이 커질수록, 정작 시민이 필요로 하는 것은 사라진다.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은 명확하다. 첫째, 유출(또는 무단 접근) 범위와 위험도를 쉽고 짧은 안내문으로 정리해 반복해서 알리는 일이다. 둘째, 피해 예방과 상담 경로를 한 번에 제시하는 일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국번 없이 118을 통해 해킹·개인정보·불법스팸·스미싱 관련 상담/연결 안내를 제공하고, ‘털린 내 정보 찾기’ 등 관련 서비스도 함께 안내하고 있다. 셋째, 스미싱 대응 요령처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단계별 행동”을 널리 확산해야 한다.

정치 지도자의 말은 한 사회의 표정이 된다. 혐오를 끊겠다는 결심이 진심이라면, 그 결심은 더 촘촘한 보호로 연결되어야 한다. 혐오의 프레임을 걷어내는 동시에, 시민의 불안을 덜어내는 구체적 조치, 투명한 공개, 피해자 보호, 기업 책임 강화가 따라올 때, “어쩌라고요”는 논란이 아니라 경고로 남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센 말이 아니다. 더 분명한 설명, 더 접근 가능한 안내, 더 빠른 보호다.

장애인 당사자로서 묻고 싶다. “어쩌라고요”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남긴 감정의 파편을, 누가 치울 것인가. 혐오를 멈추자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려면, 그 말 다음에 반드시 따라야 한다. “당신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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