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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창구에서 마주한 시각장애인의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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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6,309회 작성일 25-12-0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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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조현대 칼럼니스트】지난 수요일(11월 26일), 만료된 여권을 재발급하기 위해 영등포구청을 찾았다.

방문 전 다산콜(120)에 연락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별도 지원이 있는지 문의했더니, "대필 서비스 정도가 전부이며, 이를 이용하는 장애인도 거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과거에는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비교적 다양했다. 창구 도착 시 우선 안내를 해주었고, 발급 과정도 신속하게 진행되었으며, 중증 장애인에게는 여권을 집으로 배달하는 서비스까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지원이 모두 사라지고 비장애인과 동일한 절차만 제공되고 있다.

구청에 도착해 장애인임을 밝히고 도움을 요청하니 전담 직원은 없었고, 안내 직원이 신청서를 대신 작성해주는 수준의 지원만 가능했다. 지문 등록 과정에서는 두 번째 손가락부터 새끼손가락까지 모든 손가락으로 반복해 보았지만 끝내 인식되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기기 오류가 아니라, 시각장애인 중 상당수가 생업으로 안마를 하면서 손끝의 지문이 흐려지거나 마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 역시 안마로 인해 지문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인식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다른 방식으로 본인 확인을 진행해야 했다. 여권 발급 과정에서 '본인 인증'은 필수 절차이지만,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 인증 방식이 더 정교하게 마련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이처럼 시각장애인이 혼자 여권을 신청하는 일은 절차 곳곳에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수수료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공공서비스는 장애인 감면이나 면제가 존재하지만, 여권 발급 수수료는 중증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내야 한다. 기초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처럼 경제적으로 취약한 장애인도 많다. "해외여행을 갈 정도면 그 정도 비용은 감수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해외여행은 이미 많은 시민에게 보편적인 경험이 되었고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장애인에게 여권 수수료 감면을 마련하는 것은 충분히 고려할 만한 정책이다.


여권 신청. ©조현대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 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 여권 발급 용지에는 QR코드를 통해 음성 안내를 들을 수 있는 기능이 있긴 하지만, 정작 신청서 작성을 위해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복잡한 양식 구조를 음성만으로 이해하고 직접 작성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 중증 장애인을 위해 과거 시행되던 '여권 배달 서비스' 같은 제도를 다시 도입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여권 업무는 국가 수입 비중도 높다. 그중 일부만이라도 장애인 지원에 투자한다면 큰 비용 없이 의미 있는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점자 여권 역시 활용이 저조하다고 한다. 점자 여권에는 성명, 여권번호, 발급일, 만료일이 표기되는데, 이를 신청하는 시각장애인이 거의 없다는 것이 현장 직원의 이야기였다. 점자 여권의 수요가 늘어야 서비스 품질도 향상될 텐데, 인지 부족과 편의성 한계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아쉽다.


여권 창구에서. ©조현대
해외여행이 일상화된 시대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환경에 놓여 있는 것도 아니다. 경제적 수준도, 이동 능력도 천차만별이다. 그렇기에 기초수급자·차상위·중증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는 여권 수수료 감면이 필요하며, 거동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배달 서비스 같은 지원도 재도입할 이유가 충분하다.

여권을 담당하는 부처가 장애인의 현실적 불편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신청·발급 과정에서 겪는 장벽을 줄여주기를 바란다. 여권은 단지 여행을 위한 문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할 ‘국가로의 접근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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