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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잔데 병원비 전액 부담…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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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8,385회 작성일 25-10-0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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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가 1차 의료기관에서 병원비를 전액 부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홈리스행동은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 기초의료보장과에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거리홈리스 ㄱ 씨는 지난 7월 14일, 혈당수치를 확인하고 당뇨약을 처방받기 위해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에 있는 ㄴ병원에 들렀다. ㄴ병원은 민간 1차 의료기관이다. ㄱ 씨는 혈당수치 정도만 확인하는 기본적인 급여항목 진료를 받았고,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이기 때문에 본인부담금을 전액 면제받는 상황이었다.


ㄴ병원 진료차트 시스템 화면에 “해당 병원이 노숙인 진료시설입니까?”라는 알림창이 떠 있다. 사진 홈리스행동
그런데 병원직원이 전자차트 시스템에 ㄱ 씨의 개인정보를 입력하자 “해당 병원이 노숙인 진료시설입니까?”라고 묻는 알림창이 나타났다.

하지만 ㄴ병원을 포함한 모든 1·2차 의료기관에는 이런 알림창이 뜰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복지부가 지난 3월,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 등에 관한 고시’를 개정하면서,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는 요양병원을 제외한 모든 1·2차 의료기관에서 본인부담금을 전액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복지부가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한 병원만 갈 수 있었고, 홈리스들은 차별이라고 지속해서 지적해 왔다.

당시 ㄱ 씨와 동행한 주장욱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병원직원에게 해당 고시를 설명했다. 병원직원이 ‘예’ 버튼을 누르자 ㄱ 씨가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인 게 확인됐다. 이에 ㄱ 씨는 당일 진료와 처방 모두 급여항목으로 처리돼 본인부담금을 내지 않았다.

그런데 4일 뒤인 7월 18일, ㄴ병원은 ㄱ 씨에게 ‘병원비를 내라’고 연락했다. ㄴ병원과 약국에 다시 방문해 영수증을 확인해 보니 진료비 전액이 ㄱ 씨가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항목으로 처리돼 있었다.

어디서 문제가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 통상적으로 병원은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의 진료비를 국가에 청구한다. 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아래 심평원)에 청구서를 제출하면 심평원은 병원이 청구한 진료비를 심사 후 확정한다. 확정된 금액을 토대로 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진료비를 지급하는 구조다. 

그러나 ㄱ 씨가 받은 진료는 별안간 비급여항목으로 바뀌었다. 결국 ㄱ 씨는 진료비 19,500원, 약값 8,060원 등 총 27,560원을 지불해야 했다. 복지부가 개정한 고시는 현장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주 활동가는 “해당 병원이 노숙인 진료시설입니까?”라고 묻는 알림창에 ‘아니요’라고 누르면 어떻게 뜨는지 확인했다. 그러자 ㄱ 씨가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란 정보가 병원 시스템상 나타나지 않았다.

주 활동가는 12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ㄱ 씨의 경우 당시 건강보험도 없고,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른 의료급여 수급자도 아니었기 때문에 ㄱ 씨가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는 노숙인 1종 의료급여가 유일했다”며 “그러나 개정된 고시가 작동하지 않아 ㄱ 씨는 어떤 제도도 적용되지 않는 진공상태에서 진료비 전액을 부담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의료현장의 진료차트 시스템을 점검하고 ㄱ 씨가 겪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단편적인 조치에 불과하단 지적이 나온다. 왜냐하면 복지부가 개정한 고시의 유효기간이 3년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고시를 개정하면서 올해 3월 21일을 기준으로 매 3년이 되는 시점마다 고시 내용의 타당성을 검토하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즉, 현재는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가 모든 1·2차 의료기관에 갈 수 있지만 3년 뒤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단 뜻이다.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된 병원 수가 전처럼 적어져서 수급자가 차별받는 상황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홈리스 당사자들은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 자체를 폐지하고, 수급자가 어느 병원에서든 진료받게 하라고 요구해 왔다.

주 활동가는 “복지부가 고시를 땜질하는 식의 조치를 하다 보니 현장에서 ㄱ 씨처럼 피해를 겪는 분들이 생긴다”며 “법의 힘이 더 강력하기 때문에 법이 바뀌면 그 아래 시스템도 일사불란하게 바뀔 수 있다. 단순히 고시를 개정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상 노숙인 진료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8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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