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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세상이 존중 받길”, 책 ‘시후 엄마, 김혜민 경찰입니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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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10,009회 작성일 25-06-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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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칼럼니스트 서인환 입력 2025.06.23 13:09

출판사 홍림은 발달장애인 엄마들의 글을 책으로 펴내는 일을 하고 있는데, 장누리 작가가 ‘느려도 괜찮아, 빛나는 너니까’라는 책이 나온 출판사이기도 하다. 장누리 작가는 그림과 심리치료를 전공하고 그림으로 소통하는 작가이기도 한데, 딸 온유가 뇌전증과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어 양육하면서 겪은 일과 편견과 맞선 이야기들을 책을 통해 진솔하게 들려준다.

장누리 이야기에서 다시 김혜민 이야기로 돌아와야겠다. 시후를 낳고 복직하기 위해 외할머니에게 맡기고 하게 된 업무는 청와대 사랑채에서 근무하며 청와대 부근 시위의 증거수집을 위해 촬영을 하는 일이었다. 그때에 발달장애인부모연대의 시위에서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주장하는 시위와 맞닥뜨렸다.

생후 26개월이 되어 시후는 발달이 늦었는데, 눈 맞춤이나 호명에 선택적으로 반응하였다. 사람들이 시후를 걱정하는 말을 남편에게 해 왔는데, 그동안 시후를 두고 이런저런 말들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설움이 터졌다. 중얼거림과 반향어의 사용에 부부는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랐고, 헤어짐까지 생각할 만큼 불만들이 쌓여갔다.

아이의 특별함이 감지되고 대학병원에 예약을 한 지, 2년 반이나 대기시간을 보냈건만, 정작 진단은 3분 만에 내려졌다. ‘장애인 등록하시고 복지지원을 받으세요’라는 것이 결론이었다. 작가는 아직도 그 진단서에 적혀있을 시후의 아픔을 차마 대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깊숙이 보관하고 있다. 자폐성 장애란 진단의 충격에 시후 할머니에게 결과를 알리며 씩씩한 척 연기를 했다.

국립재활원의 통계 자료에 의하면, 자폐성 장애의 평균 수명은 23.8세이고 그 원인의 1위는 고의적 자해라고 되어 있다. 작가는 발달장애인의 가정에 극단적 결말을 알리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장애 가족의 개개인의 삶이 없어지는 것을 체감한 작가로서는 그 아픔은 더욱 컸다. 전체 장애인의 15.7퍼센트는 지속적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는 우리는 오늘도 아프다고 말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회전문을 들어갈 때 손가락으로 ‘하나, 둘, 셋’을 세는 것처럼 자폐성 장애인에게는 자기만의 루틴이 있다. 이 루틴에 대해 소아과 의사 상담에서 ‘루틴은 깨는 게 좋아요. 하지만 깸으로써 불안을 증폭시킨다면 어느 정도 선까지 보호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작가는 시후의 스윙이나 흔들거림 등 상동행동을 관찰하다가 지긋이 어깨를 눌러 진정시켜 주곤 하였다. 상동행동은 안정을 찾기 위한 것이지만, 상호작용에 방해가 되는 행동이므로 문제행동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작가는 시후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시후의 세상으로 들어간다고 표현한다. 그 세상에서 상동행동을 스스로 조정하기를 기다린다.

5살 때 유치원에서 감정 카드 세 장을 내밀며 엄마와 똑같은 얼굴을 찾게 하자, 화난 얼굴을 선택하고 ‘블록을 쌓았는데 무너뜨리면 화나’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하나를 알면 다른 것을 유추하는데 자폐 스펙트럼은 하나를 알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경험해야 한다고 이해한다.

이렇게 이해가 많은 엄마이지만 장애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발달이 조금 늦을 것이라는 것과 경계선이라는 생각으로 많은 경험을 주려고 애쓴다. 남편이 특수교육을 시키자는 말에 다투었던 이야기도 털어놓는다. 특수교육대상자는 장애인이란 말은 선입견으로 장애아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특수교육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단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면 혼잣말이 폭발하는데, 밀폐된 공간의 부적응이다. 이웃의 시선이 따갑다. 누수문제가 계기가 되어 아래층 이웃과 대화를 하면서, 시후가 너무 뛰어서 죄송하다고 하자, 아래층 이웃은 뛰면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니 걱정말라는 말을 해주었다. 작가는 좋은 이웃 덕분에 시후의 발에 힘이 생겼다고 하였다.

장애아를 둔 보모가 학교로부터 받는 속상함 중의 하나가 행사나 이벤트의 불참 제안인데, 다행히도 시후는 하루도 결석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리고 졸업식 날 시후는 선생님을 포옹으로 그동안의 감사를 표했다.

시후가 미용실에 가자 거북이 태세로 긴장했다. 고민하다가 좀 다른 아이라고 말하자 미용사는 이미 알고 있다고 했다. ‘이모가 10초를 셀 동안 금방 끝낼게’라고 대화하면서 천천히 머리를 다듬으니 잘 적응했다. 숫자의 마법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예견된 결과는 안정을 제공한다고 배운다.

작가는 한 커피점에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주문을 하는 발달장애 중년을 발견한다. 늘 9시 15분, 커피점 직원에게 삼천 원을 건넨다. 손님이 간 후 점원에게 번거롭지 않느냐고 묻자, 당혹스러울 때가 있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직원의 섬세함이 그 중년에게 빛이 되었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커피향을 맛볼 수 있는 행복을 준다는 생각에 작가는 가슴이 뛰었다.

작가는 최고의 감통(감성통합) 치료는 등산이라고 말한다. 시후와 등산을 하는데, 하루는 대머리 등산객을 만나자 시후는 파키케팔로사우루스라고 말했다. 작가는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다행인지 그 등산객은 파키케팔로사우루스가 대머리 공룡임을 모르는 것 같았다.

하루는 잠에서 깨어 화장실을 가다가 문 앞에서 엎드려 있었다. 시후에게 괴물이 나타난 것이다. ‘괴물은 없어’라고 말하자 시후는 ‘엄마가 지켜주세요’라고 했다. 힘은 들지만 불행하지는 않다고 작가는 말한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기분이 엎치락뒤치락해서 아빌리파이정을 처방받아 복용한 적이 있는데, 이러한 약은 7세가 지나면 권유받게 된다.

정신이 흐려지는 등 부작용이 있어 처음에는 관찰을 하며 조정해야 한다. 작가가 아파서 눕자 시후가 자기가 먹던 노란 약 페니드정을 가져다주었다. 아이의 진심에 힘이 생겼다. 힘든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감동의 시간도 함께 존재한다. 아이를 어루만져주거나 조용한 음악을 틀어주는 등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약보다 중요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작가는 장애인등록을 하는 데 많은 내적 갈등이 있었다. 발달장애인은 다소 느릴 뿐인데, 의사가 많은 친구 관계를 만들라고 권했다. 주기적으로 의도된 만남을 만들다가 그만두었는데, 시후가 옷장 속에 숨어 있는 모습을 보고서다. 만남은 각자의 역할을 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도 작가는 타인과 섞여 사는 법을 고민한다.

시후의 학교생활을 걱정하며 반 아이들의 반응에 대해 선생님에게 묻자, 선생님은 ‘시후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알려주었다. 아이들의 유연성이 바로 인권 감수성일 것이다.

시·청각이 예민한 시후가 다행인 것은 1:1 관계에서 본인의 능력이 조금 더 잘 발휘된다. 작가는 시후의 일기에 선생님이 90점을 준 것에 성장 가능성을 염원한다. 시후는 여섯 살에 지능검사를 하였는데, 63이 나왔다. 작업기억(인풋된 기억을 아웃풋 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그림일기를 시작했는데, 유치원 선생님이 하루 생활의 기록을 보내주어 대화하면서 일기를 쓸 수 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엄마를 사랑하느냐고 묻자, 노란 앱(카톡)을 찾아야 한다며 아빠 핸드폰을 이용해 엄마에게 편지를 보내준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심사보다 어려운 것이 적절한 활동지원인을 찾는 일이다. 매칭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작가는 경험을 통해 활동지원인은 경력자보다 유연함이 더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활동지원인에게 시후가 ’오랜지‘라고 말하면 활동지원인이 ’찌지지“ 텔레파시를 보내는 흉내로 공격하는 자세를 취하여 시후 하루의 시름을 날려준다.

발달장애 부모들은 아이의 취학 전에 정보 부재로 어려워한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아이의 준비에 대해 알려주는데, 부모의 준비도 중요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부모도 1학년이 되는 것이란다. 수업 종료종이 치자 시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생님이 수업이 끝나지 않았다고 하자, 종이 치면 끝난다고 알려주었다고 시후가 말했다. 이런 아이에게 사랑을 통한 지지와 격려가 필요하다.

작가가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 ‘쥐쥐쥐! 고양이를 찾아줘’라고 했더니 진짜 쥐가 나타난 줄 알고 시후는 고양이를 찾았다. 이중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다. 발달장애아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 질문은 고통스러운 질문이 된다. 꿈에는 장애도 없고 차별도 없다. 시후는 소방관이 꿈이다가 지금은 경찰이 꿈이라며 경찰차 운전하는 시늉을 한다. 그러면 작가는 두 손으로 운전대를 똑바로 잡아야지 하며 놀이에 동참한다.

비장애 형제의 희생이 있다. 다른 형제에게 관심과 사랑을 다 주지 못함이다. 작가는 그러한 현실을 아파한다. 그리고 장애인일지 모른다며 목 놓아 울던 남편을 안아주지 못하고 나무랐던 일도 후회한다. 집단상담에서 ‘지역사회’라는 주제를 다룬 일이 있었는데, 장애인의 주변에 이웃들이 원을 이루며 있는 모습을 그렸다. 둥근 세상에 살고 싶다고 작가는 미래의 시후에 대해 소망한다. 시후가 고유한 특성으로 인정받기를 바라며 너는 항상 옳다고 말한다.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가족이 돕는 경우는 88.2퍼센트인데, 어머니가 담당하는 비율은 91.7퍼센트라고 한다. 그래서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49.2퍼센트란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시위를 보며 불편한 날카로움이 둥근 편안함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아이의 엄마가 옥상에 올랐다. 성인이 된 아들이 술을 먹고 귀가하여 분노를 엄마에게 풀었던 것이다. 작가가 사건을 맡아 다가갔다. 죽어야 끝난다며 대화를 거부했다. 결국 엄마는 아들의 비수가 자신을 더 바라봐 달라는 절규임을 깨닫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동물학자 템플 그렌딘은 마트의 번잡함을 자폐성 장애인은 콘서트장 스피커에 들어간 것처럼 느낀다고 했다. 감각 불균형에 따른 어려움이 있다. 자기보호 방법이 납치사건으로 오인된 사례를 작가는 예로 들어주었다. 2023년 약 124,223건의 실종사건이 있었는데, 발달장애인 실종이 8,344건이었다. 버스를 탄 아이의 실종을 CCTV 검색을 통해 찾은 예도 들면서 신상정보 등록이나 SK하이닉스와 경찰청이 협약하여 시행하고 있는 배회감지기 무상보급 제도를 이용하면 신속하게 실종된 장애인을 찾을 수 있다고 알려준다.

목 주변 감각이 유별해 옷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발달장애인 기후가 지하철에서 성범죄자로 오인된 이야기도 들려준다. 발달장애인의 성범죄 재범률도 비장애인의 3.5배란다. 경찰이 장애인을 돕는 데에는 장애 유무 확인과 대상자 정보 파악이 우선이다. 장애 응대 매뉴얼이 있지만 소용없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시후가 핸드폰 게임을 알게 되면서 돈의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큰돈이 얼마냐고 묻자 1조라고 아빠가 말하자, 1조를 달라고 했다. 없다고 하자 사 달라고 시후가 다시 말했다. 자폐 스펙트럼은 유병률이 36명당 한명 꼴로 나타난다고 한다.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사회성의 결여를 보인다. 치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사회적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시후의 느린 세상이 존중받기를 바라며 시후의 속도를 따라 걸음을 맞춰가는 중이라는 말로 작가는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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