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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1인 가구, 윤채의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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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10,209회 작성일 25-06-0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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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칼럼니스트 조형준 입력 2025.06.09 12:36

윤채도 부모님이 거주하고 있는 문경에서 나와 대구에 홀로 자취생활한지 꽤 된다. 주말에 가끔씩 여동생이 놀러올 정도, 평상시에는 홀로 지낸다. 가끔 만나거나 전화로 안부 물을 때 생존신고겸 항상 윤채에게 묻는 게 있다.

“ 혼자 있으면 외롭지? 어디 아프거나 불편한덴 없고?”

그럼 윤채는 차분하게 말한다. 많이 외롭지만 그래도 지낼 만 하다고, 걱정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한다. 이 친구의 삶을 직접 살아본 건 아니기에 나 또한 긍정의 침묵으로 대신 대답을 한 후 다른 화제로 돌린다. 분명한 건, 윤채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출처: 보건복지부
2023년 진행된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1인가구는 26.6%로 2020년 대비(27.2%) 대비 소폭 낮아지긴 하였으나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인 건 분명하다. ©보건복지부
2023년 진행된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1인가구는 26.6%로 2020년 대비(27.2%) 대비 소폭 낮아지긴 하였으나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인 건 분명하다. 장애유형마다 관련되어 할 이야기들이 많지만 이번은 윤채와 연관된 ‘발달장애’에 국한되어 다루려 한다. 사실, 장애유형이나 연령 막론하고 사회적 고립은 모두에게 불안한 요소로 작용한다.

장애인 1인가구의 가장 큰 어려움은 ‘고립’ 그리고 ‘경제상황’일 것이다. 3년마다 이뤄지는 실태조사에서 다음은 어떻게 반영될지 궁금하긴 하다. 한 가지 유추할 수 있는 건, 숫자에 너무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다. 단순히 표본의 대표성을 떠나 실제 당사자들이 느끼는 체감은 이보다 배는 되니까 말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살아가도 괜찮다는 인식이 자립 포함, 발달장애인 1인 가구를 바라보는 시선에 반영되었으면 한다. ©조형준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살아가도 괜찮다는 인식이 자립 포함, 발달장애인 1인 가구를 바라보는 시선에 반영되었으면 한다. ©조형준
윤채 이야기로 돌아가서, 종종 나를 비롯한 주변인들에게 말하는 단골 주제가 있다. 발달장애인 1인가구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장애인 1인가구에 대한 지원제도가 없는 건 아니나, 기존 복지제도에 통합되어 있는 점이 아쉽다고 얘기하는 거다. 애초에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비교할 수 없는 여건이라는 전제를 들고 말이다.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도 있다. 2021년, 전국 최초로 인천광역시에서 「청년 발달장애인 자산형성 지원사업(이하 행복씨앗통장)」을 실시한 걸 예로 들면서 나에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 말한 기억이 난다. 결혼에 대한 마음은 있으나 아이를 양육할 자신은 없다며,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버겁다는 이야기도 함께. 공감되었다. 사실 이 점은 비장애인도 마찬가지니 말이다.

또 2021년부터 서울 관악구의 경우 장애인 1인 가구 통계를 따로 내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윤채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황이 파악되어야 이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또한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벽이 존재함은 물론이기에 섣부른 동조는 하지 않았다.

그 ‘현실적인 벽’이 무엇이길래 동조를 망설였을까?

발달장애인 1인 가구에 숨겨진 이면, “빈곤”과 “우울”

바로 복합적인 사회적 이슈와 문제들이 얽히고 섥혀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수치도 중요하다. 그러나 실태조사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비장애인보다 상대적으로 고립감이나 생활 위험 요인이 높은 장애인 1인가구, 그 중에서도 발달장애인에 대한 접근은 더욱 민감성을 가져야 한다. 하나 예를 갖고 온 표를 보도록 하자.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장애인 자살예방교육프로그램을 위한 설문조사'에서 해당 내용 토대로 표로 재구성.  ©조형준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장애인 자살예방교육프로그램을 위한 설문조사'에서 해당 내용 토대로 표로 재구성.  ©조형준
3년 전, 한국보건복지인재원(KOHI)에서 발표한 「장애인 자살예방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설문조사」에서 장애인 1인 가구 대상 매우 우울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41.7%다. 응답자 수가 몇 백명 이하로, 온라인상 조사였기에 대표성이나 유의미함은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기겠다. 그러나 단 한 명이라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한다면 깊이 제고해 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윤채는 말한다. 최근에 일자리를 구했지만 고용이 불안정하여 계속 이 일을 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그러면서 “집에 돌아오면 있지. 누구와 오늘 있었던 일을 나눌 상대가 없어. 특별히 나갈 일이 없으면 혼자 밥 먹고 청소하고 그러지. 가끔 빨래 돌리거나 글 쓰다 잠드는 게 반복이야 형준아”라는 얘기를 덧붙여 한다. 어떻게든 정신줄 붙잡고 외로운 타지 생활을 견디는 이유는 두 가지란다. 하나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고 다른 하나는 지역사회 안에서 이웃들과 교류하며 살고 싶어서 말이다.

실제 윤채가 자취했던 기간들
실제 윤채가 자취했던 기간들. ©조형준
그래도 윤채는 나은 편이다. 대구라는 큰 도시에서 자차까지 소유한, 의사소통이나 일상생활을 영위함에 큰 무리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모든 발달장애인 1인 가구가 그렇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가족 및 돌봄 인력의 보조 없이는 생활할 순 있어도 크고 작은 불편함은 계속 남아 있을 거다. 일반화 시킬 수 없는 사례지만 그래도 들고 싶었다. 어떤 모습으로든 발달장애인의 1인 가구의 삶을 재조명하고 싶어서다.

나도 실무자로서 경험했었고 또 지금도 관련 내용을 접하고 있으면서 느낀 건, 발달장애인의 자립은 ‘독립’이라는 기준이 아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개념은 맞으나 전적으로 홀로 모든 걸 해결하라는 게 아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살아가도 괜찮다는 인식이 자립 포함, 발달장애인 1인 가구를 바라보는 시선에 반영되었으면 한다. ©조형준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살아가도 괜찮다는 인식이 자립 포함, 발달장애인 1인 가구를 바라보는 시선에 반영되었으면 한다. ©조형준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살아가도 괜찮다는 인식이 자립 포함, 발달장애인 1인 가구를 바라보는 시선에 반영되었으면 한다. 거주형태는 홀로 살아간다 하더라도 지역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사람과 사람 간 교류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비장애인들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거다.

이를 전제로 발달장애인 1인가구에 대한 개별적인 지원을 위한 조례제정 및 관련 커뮤니티가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윤채의 외로움은 그저 홀로 지내기 때문에 생겨난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대한 말 못할 고충과 답답함이 감정으로 표출된 것으로 본다. 윤채가 원하는 건, 1인 가구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경제적 안정과 심리·정서적 지지를 공동체 안에서 받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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