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이탈리아 대사, 패럴림픽은 '탁월함과 접근성' 완성하는 최고의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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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1,490회 작성일 26-03-03 11:25본문
【에이블뉴스 이현옥 칼럼니스트】 새로운 스타 선수와 화제거리를 만들어낸 2026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이 막을 내리고, 패럴림픽이 오는 3월6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이번 대회는 이탈리아 북부의 22,000㎢(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 걸쳐 열린 것으로도 기록을 남겼다. 특히 역사 유적지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도시와 알프스의 휴양 산악지대가 스포츠와 만나 남다른 볼거리를 주었다.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까지 통산 4번의 올림픽과 3번의 패럴림픽을 치룬 국가이자 장애인스포츠 강국이기도 하다. 이탈리아는 스포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서, 비장애인 올림픽위원회인 CONI(Comitato Olimpico Nazionale Italiano)와 패럴림픽위원회인 CIP(Comitato Italiano Paralimpico)가 거의 동등한 수준의 국가적 예우와 지원을 받기로 유명하다.
패럴림픽을 개최하기 위한 선결과제로 도시와 경기장, 그리고 관중을 위한 ‘접근성’이 최우선으로 꼽힌다. 특히 이탈리아의 바스티온(고성)과 휠체어의 이동에 불편을 주는 석재 보도블럭은 장애인의 참가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어 왔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패럴림픽의 개막식이 열리는 베로나 아레나는 서기 30년 건축 이래 접근성 개선 공사를 해본적이 없는 고집(?)을 꺽고 이동약자를 위한 모델링을 통해 1950년대 임시로 설치된 난간을 교체하고 최고층까지 이어지는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아레나를 포함해 주변 전체 지역의 접근성 개선에도 총 1천800만 유로를 투입했다.
이에 필자는 최근 장애인스포츠 평론가의 시각으로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위해 베로나를 변신시킨 장애인스포츠 강국, 이탈리아 이야기를 주한 이탈리아 에밀리아 가토 대사에게 들어 보았다.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의 에밀리아 가토 대사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Q)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주최국 이탈리아를 대표해 대회를 마친 소감을 이야기 해주세요
우선 이번 올림픽을 떠올리면 자긍심과 행복감을 느끼게 됩니다. 올림픽은 8개의 도시에서 분산 개최되어 가장 큰 도전이 되었지만, 오히려 촘촘히 이어진 교통시스템이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도시의 다양성과 매력을 전세계인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는 이탈리아가 추구하는 가치인 ‘포용성’을 대변해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지난 2013년 유엔 이탈리아 대표부 근무 당시에 한국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국을 맡고 있어 한국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성에 깊은 인상을 받은 적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올림픽에서 이탈리아가 동계 올림픽 역사상 최다 총 메달 수(30개)를 기록하며 종합 4위를 해 개최국의 저력을 보여 주어 만족스럽고, 대한민국도 완벽한 경기를 해 축하를 보냅니다.
Q)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을 위한 이탈리아의 준비 상황을 말씀해 주시고, 대회와 연계해 추진되고 있는 구체적인 접근성 강화 정책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이탈리아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을 준비하면서 접근성과 포용성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투자를 진행해 왔습니다. 이는 단순한 행사 운영 차원을 넘어, 더 넓은 비전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인프라 측면의 개선으로 장벽이 없는 경기장, 접근 가능한 이동 동선과 관람석,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촉각지도와 점자 안내문 등을 통해 선수와 관중 모두가 자율적이고 편리하게 포용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스포츠 차원에서도 강도 높은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패럴림픽위원회와 관련 종목 연맹이 참여하는 ‘Gen26’ 프로젝트는 ‘출발선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모토를 실천하는 교육 캠페인의 일환으로 장애를 가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스포츠를 통해 사회에 통합될 수 있도록 학교 및 지역사회와 연계된 캠프를 지속적으로 운영합니다.
밀라노·코르티나 대회 조직위원회가 추진하는 '어댑티브 윈터 스포츠 프로그램(Adaptive Winter Sport Program)' 도 대표적인 사업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올림픽 파트너와 지역 공동체를 연결해서 훈련 캠프, 장비 지원, 입문 프로그램, 코치와 운영 인력을 위한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전국적으로 동계스포츠 참여를 확대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범국가적 프로젝트입니다.
중요한 점은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패럴림픽의 유산(Legacy)을 남기기 위한 4게년 계획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업의 목표는 단순히 대회를 잘 치르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접근 가능한 시설, 스포츠 참여 기회 확대, 그리고 지역 전반에 걸친 포용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대회 이후에도 선수와 스포츠 팬들이 장벽 없이 스포츠를 경험하고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진짜 유산’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Q) 지난해 6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패럴림픽 공식 설명회’를 조직위원회(안드레아 바르니에르 조직위 CEO)와 개최해 김연아 선수와 파라 노르딕스키 김윤지 선수가 참석했습니다. 이 행사가 한국에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알리는데 어떤 기여를 했다고 생각 하시나요
지난해 6월에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및 패럴림픽 공식 설명회. 왼쪽부터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대회 조직위 안드레아 바르니에르 CEO, 파라 노르딕 스키 김윤지, 에밀리아 가토 대사. ⓒ주한이탈리아대사관
밀라노-코르티나 2026 조직위원회와 함께한 이 행사는 그 취지와 전략적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단순한 홍보 일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이탈리아와 한국이 올림픽과 패럴림픽 운동의 가치 위에서 서로 교류하는 뜻깊은 순간이었습니다.
행사의 초점은 다가오는 대회를 소개하는 데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두 나라가 모두 강한 동계스포츠 전통을 지닌 만큼, 서로의 경험과 교훈, 공통점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김연아 선수와 김윤지 선수가 함께 한 장면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패럴림픽을 부수적인 주제가 아닌, 대화의 중심에 놓았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컸고 저는 이런 균형이야말로 국제 무대에서 대회를 홍보할 때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행사는 한국에서 밀라노·코르티나 대회에 대한 인식을 진정성 있게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봅니다. 엘리트 스포츠뿐 아니라 포용, 끈기, 국제 협력 같은 가치와도 연결해 보여주었고요. 같은 맥락에서 이번 행사는 특히 동계 패럴림픽의 존재감과 가치를 강화하며, 다가오는 패럴림픽이 ‘탁월함과 접근성’을 함께 추구하는 대회가 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Q)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최근 한국 방문이 양국 관계에 미칠 것으로 기대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특히 2026 동계 올림픽·패럴림픽을 중심으로 한 스포츠 협력 분야에서 어떤 기대효과가 있을까요.
멜로니 총리의 이번 방한은, 이전 이탈리아 총리의 방한 이후 19년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었습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전략적 정치 소통(Strategic Political Dialogue)'이 재가동 되었고, '2026–2030 Action Plan' 에 합의하면서 양국간 파트너십의 재도약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반도체·인공지능·자동화 등 첨단 산업, 에너지 전환과 순환경제, 인프라·교통(우주·자동차 포함), 바이오 산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서 협력하는 동력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고, 제3국에서의 협력을 포함해 전략적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도 이뤄졌습니다.
에밀리아 가토 대사가 스포츠를 통한 한국과 이탈리아의 교류와 확장성에 대해 자료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멜로니 총리의 이번 방문은 의례적인 공식 회담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가 이탈리아와 한국의 관계를 더 공고히 하고, 사람 간 교류(people-to-people contacts) 속에서 실질적인 협력 기회를 만들어내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스포츠 분야의 협력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매년 '이탈리아 스포츠의 날(Italian Sports Day)' 기념행사를 하는데, 가장 최근 행사는 11월 27일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저에서 열려 고등학생을 포함한 약 100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과의 대담, 태권도 시연, 이탈리아 코치(서울에 설립된 첫 이탈리아 축구 클럽인 Seoul Calcio FC 소속)들이 이끄는 미니 축구 경기, 그리고 청소년들을 위한 테이블 미니축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이 행사는 스포츠가 사람과 문화, 세대를 잇는 다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이런 활동들이 모두 포용, 팀워크, 상호 존중, 그리고 스스로를 극복하려는 의지라는, 이탈리아와 한국이 공유하는 가치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러한 시도들이 밀라노·코르티나 대회의 정신과 깊이 맞닿아 있다고 믿습니다.
Q) 한국에서는 패럴림픽 선수 육성과 국제대회 파견을 위해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도 패럴림픽 선수 개발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는지, 있다면 이탈리아 패럴림픽위원회 및 기타 관련 기관과 어떻게 협력해 운영되는지 말씀해 주세요.
이탈리아도 정부 차원에서 패럴림픽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 과정은 이탈리아 패럴림픽위원회(CIP), 각 종목 연맹, 민간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스포츠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을 넘어, 선수들이 성장하고 소속감을 느끼는 동시에 교육과 개인적 성장을 함께 추구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설계되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총리실 산하 스포츠부가 장애인 스포츠 예산을 연간 약 3천만 유로 배정해, 훈련 프로그램부터 국제대회 참가까지 폭넓게 지원합니다. 각 주·지방정부도 여기에 힘을 보태, 지역 차원에서도 기회가 주어지고 전국에 걸쳐 스포츠 재능 사례를 발굴·육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CIP는 각 연맹과의 조정을 맡고, 선수들이 체계적인 선수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과 대회 참가 기회를 제공하며, 민간 파트너들도 장비·훈련·교육 프로그램을 위한 추가 자원 제공 과정에 참여합니다. 결과적으로 공공기관, 연맹, 민간 부문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어 선수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함께 돕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장학제도 역시 이 시스템의 중요한 축입니다.
예를 들어 FISPES(Federazione Italiana Sport Paralimpici e Sperimental, 이탈리아 장애인스포츠 육성연맹)는 유망주 발굴과 폭넓은 참여를 위해, 장학금, 기술 지원 키트, 등록비, 보험 등을 포함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스포츠를 경제적인 면이나 메달을 뛰어넘어 포용, 개인적 성장, 사회적 연결을 위한 도구로 바라보는 이탈리아의 고민어린 비전이 반영된 것입니다.
Q) 패럴림픽과 관련해 갖고 계신 개인적인 경험, 특히 좋아하는 패럴림픽 선수가 있다면 누구인지, 그 이유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저는 그동안 많은 뛰어난 이탈리아 패럴림픽 선수들을 지켜봐 왔습니다. 그 가운데 알렉스 자나르디(Alex Zanardi)는 특히 영감을 주는 인물입니다. 그는 자동차 경기 중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지만, 다시 스포츠로 돌아와 핸드사이클로 2008 베이징, 2012 런던 패럴림픽을 포함해 여러 대회에서 금메달을 땃습니다.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선 그의 회복력과 결단력, 역경을 극복하는 태도는 용기와 인내의 본보기가 됩니다.
또 한 선수는 베베 비오(Bebe Vio)입니다. 그는 어린 나이에 병으로 양팔과 양다리를 잃었지만, 세계적인 휠체어 펜싱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2016 리우와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뛰어난 기량과 경쟁력을 입증했을 뿐 아니라, 강연과 인권 활동, 재단 활동을 통해 장애, 포용, 기회 균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패럴림픽 스포츠를 더 넓은 대중에게 알리고, 포용과 역량 강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자나르디와 비오는 스포츠가 어떻게 인간의 삶을 바꾸고,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Q) 끝으로 한국 문화를 사랑하시는 분으로서 한국 시청자·독자들에게 전하는 개인적인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한국 국민 여러분께 가장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한국과 이탈리아는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며 사회를 발전 시켜나간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이 두가지를 인상적으로 조화롭게 이끌어 가는 한국을 늘 존경해 왔습니다. 특히 공동체와 교육에 대한 존중, 그리고 사회 전반에 흐르는 놀라운 역동성을 가진 활기찬 나라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에밀리아 가토 대사가 대한민국 패럴림픽 선수단을 응원하고 있다. 필자와 함께 손에 들고 있는 현수막은 선수단 결단식 현장에서 참석자들이 손에 들었던 것이다. ⓒ에이블뉴스
저는 한국과 이탈리아 선수들 모두가 보여준 헌신과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밀라노·코르티나 패럴림픽은 스포츠의 탁월함과 함께 포용, 도전, 세계인들이 우정을 나누는 자리로 기억될 것입니다. 한국의 많은 분들이 패럴림픽 정신에 영감을 받아, 이번 대회에 많은 관심을 갖고 함께 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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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까지 통산 4번의 올림픽과 3번의 패럴림픽을 치룬 국가이자 장애인스포츠 강국이기도 하다. 이탈리아는 스포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서, 비장애인 올림픽위원회인 CONI(Comitato Olimpico Nazionale Italiano)와 패럴림픽위원회인 CIP(Comitato Italiano Paralimpico)가 거의 동등한 수준의 국가적 예우와 지원을 받기로 유명하다.
패럴림픽을 개최하기 위한 선결과제로 도시와 경기장, 그리고 관중을 위한 ‘접근성’이 최우선으로 꼽힌다. 특히 이탈리아의 바스티온(고성)과 휠체어의 이동에 불편을 주는 석재 보도블럭은 장애인의 참가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어 왔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패럴림픽의 개막식이 열리는 베로나 아레나는 서기 30년 건축 이래 접근성 개선 공사를 해본적이 없는 고집(?)을 꺽고 이동약자를 위한 모델링을 통해 1950년대 임시로 설치된 난간을 교체하고 최고층까지 이어지는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아레나를 포함해 주변 전체 지역의 접근성 개선에도 총 1천800만 유로를 투입했다.
이에 필자는 최근 장애인스포츠 평론가의 시각으로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위해 베로나를 변신시킨 장애인스포츠 강국, 이탈리아 이야기를 주한 이탈리아 에밀리아 가토 대사에게 들어 보았다.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의 에밀리아 가토 대사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Q)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주최국 이탈리아를 대표해 대회를 마친 소감을 이야기 해주세요
우선 이번 올림픽을 떠올리면 자긍심과 행복감을 느끼게 됩니다. 올림픽은 8개의 도시에서 분산 개최되어 가장 큰 도전이 되었지만, 오히려 촘촘히 이어진 교통시스템이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도시의 다양성과 매력을 전세계인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는 이탈리아가 추구하는 가치인 ‘포용성’을 대변해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지난 2013년 유엔 이탈리아 대표부 근무 당시에 한국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국을 맡고 있어 한국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성에 깊은 인상을 받은 적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올림픽에서 이탈리아가 동계 올림픽 역사상 최다 총 메달 수(30개)를 기록하며 종합 4위를 해 개최국의 저력을 보여 주어 만족스럽고, 대한민국도 완벽한 경기를 해 축하를 보냅니다.
Q)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을 위한 이탈리아의 준비 상황을 말씀해 주시고, 대회와 연계해 추진되고 있는 구체적인 접근성 강화 정책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이탈리아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을 준비하면서 접근성과 포용성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투자를 진행해 왔습니다. 이는 단순한 행사 운영 차원을 넘어, 더 넓은 비전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인프라 측면의 개선으로 장벽이 없는 경기장, 접근 가능한 이동 동선과 관람석,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촉각지도와 점자 안내문 등을 통해 선수와 관중 모두가 자율적이고 편리하게 포용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스포츠 차원에서도 강도 높은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패럴림픽위원회와 관련 종목 연맹이 참여하는 ‘Gen26’ 프로젝트는 ‘출발선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모토를 실천하는 교육 캠페인의 일환으로 장애를 가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스포츠를 통해 사회에 통합될 수 있도록 학교 및 지역사회와 연계된 캠프를 지속적으로 운영합니다.
밀라노·코르티나 대회 조직위원회가 추진하는 '어댑티브 윈터 스포츠 프로그램(Adaptive Winter Sport Program)' 도 대표적인 사업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올림픽 파트너와 지역 공동체를 연결해서 훈련 캠프, 장비 지원, 입문 프로그램, 코치와 운영 인력을 위한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전국적으로 동계스포츠 참여를 확대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범국가적 프로젝트입니다.
중요한 점은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패럴림픽의 유산(Legacy)을 남기기 위한 4게년 계획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업의 목표는 단순히 대회를 잘 치르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접근 가능한 시설, 스포츠 참여 기회 확대, 그리고 지역 전반에 걸친 포용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대회 이후에도 선수와 스포츠 팬들이 장벽 없이 스포츠를 경험하고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진짜 유산’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Q) 지난해 6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패럴림픽 공식 설명회’를 조직위원회(안드레아 바르니에르 조직위 CEO)와 개최해 김연아 선수와 파라 노르딕스키 김윤지 선수가 참석했습니다. 이 행사가 한국에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알리는데 어떤 기여를 했다고 생각 하시나요
지난해 6월에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및 패럴림픽 공식 설명회. 왼쪽부터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대회 조직위 안드레아 바르니에르 CEO, 파라 노르딕 스키 김윤지, 에밀리아 가토 대사. ⓒ주한이탈리아대사관
밀라노-코르티나 2026 조직위원회와 함께한 이 행사는 그 취지와 전략적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단순한 홍보 일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이탈리아와 한국이 올림픽과 패럴림픽 운동의 가치 위에서 서로 교류하는 뜻깊은 순간이었습니다.
행사의 초점은 다가오는 대회를 소개하는 데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두 나라가 모두 강한 동계스포츠 전통을 지닌 만큼, 서로의 경험과 교훈, 공통점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김연아 선수와 김윤지 선수가 함께 한 장면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패럴림픽을 부수적인 주제가 아닌, 대화의 중심에 놓았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컸고 저는 이런 균형이야말로 국제 무대에서 대회를 홍보할 때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행사는 한국에서 밀라노·코르티나 대회에 대한 인식을 진정성 있게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봅니다. 엘리트 스포츠뿐 아니라 포용, 끈기, 국제 협력 같은 가치와도 연결해 보여주었고요. 같은 맥락에서 이번 행사는 특히 동계 패럴림픽의 존재감과 가치를 강화하며, 다가오는 패럴림픽이 ‘탁월함과 접근성’을 함께 추구하는 대회가 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Q)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최근 한국 방문이 양국 관계에 미칠 것으로 기대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특히 2026 동계 올림픽·패럴림픽을 중심으로 한 스포츠 협력 분야에서 어떤 기대효과가 있을까요.
멜로니 총리의 이번 방한은, 이전 이탈리아 총리의 방한 이후 19년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었습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전략적 정치 소통(Strategic Political Dialogue)'이 재가동 되었고, '2026–2030 Action Plan' 에 합의하면서 양국간 파트너십의 재도약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반도체·인공지능·자동화 등 첨단 산업, 에너지 전환과 순환경제, 인프라·교통(우주·자동차 포함), 바이오 산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서 협력하는 동력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고, 제3국에서의 협력을 포함해 전략적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도 이뤄졌습니다.
에밀리아 가토 대사가 스포츠를 통한 한국과 이탈리아의 교류와 확장성에 대해 자료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멜로니 총리의 이번 방문은 의례적인 공식 회담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가 이탈리아와 한국의 관계를 더 공고히 하고, 사람 간 교류(people-to-people contacts) 속에서 실질적인 협력 기회를 만들어내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스포츠 분야의 협력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매년 '이탈리아 스포츠의 날(Italian Sports Day)' 기념행사를 하는데, 가장 최근 행사는 11월 27일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저에서 열려 고등학생을 포함한 약 100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과의 대담, 태권도 시연, 이탈리아 코치(서울에 설립된 첫 이탈리아 축구 클럽인 Seoul Calcio FC 소속)들이 이끄는 미니 축구 경기, 그리고 청소년들을 위한 테이블 미니축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이 행사는 스포츠가 사람과 문화, 세대를 잇는 다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이런 활동들이 모두 포용, 팀워크, 상호 존중, 그리고 스스로를 극복하려는 의지라는, 이탈리아와 한국이 공유하는 가치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러한 시도들이 밀라노·코르티나 대회의 정신과 깊이 맞닿아 있다고 믿습니다.
Q) 한국에서는 패럴림픽 선수 육성과 국제대회 파견을 위해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도 패럴림픽 선수 개발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는지, 있다면 이탈리아 패럴림픽위원회 및 기타 관련 기관과 어떻게 협력해 운영되는지 말씀해 주세요.
이탈리아도 정부 차원에서 패럴림픽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 과정은 이탈리아 패럴림픽위원회(CIP), 각 종목 연맹, 민간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스포츠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을 넘어, 선수들이 성장하고 소속감을 느끼는 동시에 교육과 개인적 성장을 함께 추구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설계되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총리실 산하 스포츠부가 장애인 스포츠 예산을 연간 약 3천만 유로 배정해, 훈련 프로그램부터 국제대회 참가까지 폭넓게 지원합니다. 각 주·지방정부도 여기에 힘을 보태, 지역 차원에서도 기회가 주어지고 전국에 걸쳐 스포츠 재능 사례를 발굴·육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CIP는 각 연맹과의 조정을 맡고, 선수들이 체계적인 선수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과 대회 참가 기회를 제공하며, 민간 파트너들도 장비·훈련·교육 프로그램을 위한 추가 자원 제공 과정에 참여합니다. 결과적으로 공공기관, 연맹, 민간 부문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어 선수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함께 돕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장학제도 역시 이 시스템의 중요한 축입니다.
예를 들어 FISPES(Federazione Italiana Sport Paralimpici e Sperimental, 이탈리아 장애인스포츠 육성연맹)는 유망주 발굴과 폭넓은 참여를 위해, 장학금, 기술 지원 키트, 등록비, 보험 등을 포함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스포츠를 경제적인 면이나 메달을 뛰어넘어 포용, 개인적 성장, 사회적 연결을 위한 도구로 바라보는 이탈리아의 고민어린 비전이 반영된 것입니다.
Q) 패럴림픽과 관련해 갖고 계신 개인적인 경험, 특히 좋아하는 패럴림픽 선수가 있다면 누구인지, 그 이유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저는 그동안 많은 뛰어난 이탈리아 패럴림픽 선수들을 지켜봐 왔습니다. 그 가운데 알렉스 자나르디(Alex Zanardi)는 특히 영감을 주는 인물입니다. 그는 자동차 경기 중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지만, 다시 스포츠로 돌아와 핸드사이클로 2008 베이징, 2012 런던 패럴림픽을 포함해 여러 대회에서 금메달을 땃습니다.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선 그의 회복력과 결단력, 역경을 극복하는 태도는 용기와 인내의 본보기가 됩니다.
또 한 선수는 베베 비오(Bebe Vio)입니다. 그는 어린 나이에 병으로 양팔과 양다리를 잃었지만, 세계적인 휠체어 펜싱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2016 리우와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뛰어난 기량과 경쟁력을 입증했을 뿐 아니라, 강연과 인권 활동, 재단 활동을 통해 장애, 포용, 기회 균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패럴림픽 스포츠를 더 넓은 대중에게 알리고, 포용과 역량 강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자나르디와 비오는 스포츠가 어떻게 인간의 삶을 바꾸고,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Q) 끝으로 한국 문화를 사랑하시는 분으로서 한국 시청자·독자들에게 전하는 개인적인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한국 국민 여러분께 가장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한국과 이탈리아는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며 사회를 발전 시켜나간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이 두가지를 인상적으로 조화롭게 이끌어 가는 한국을 늘 존경해 왔습니다. 특히 공동체와 교육에 대한 존중, 그리고 사회 전반에 흐르는 놀라운 역동성을 가진 활기찬 나라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에밀리아 가토 대사가 대한민국 패럴림픽 선수단을 응원하고 있다. 필자와 함께 손에 들고 있는 현수막은 선수단 결단식 현장에서 참석자들이 손에 들었던 것이다. ⓒ에이블뉴스
저는 한국과 이탈리아 선수들 모두가 보여준 헌신과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밀라노·코르티나 패럴림픽은 스포츠의 탁월함과 함께 포용, 도전, 세계인들이 우정을 나누는 자리로 기억될 것입니다. 한국의 많은 분들이 패럴림픽 정신에 영감을 받아, 이번 대회에 많은 관심을 갖고 함께 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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