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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철폐의 날’ 맞아 혜화동성당 앞 모인 2천 명 “탈시설에 연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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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11,051회 작성일 25-04-2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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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20일은 ‘45회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24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다. 장애계는 2002년, 정부가 정한 시혜와 동정으로 얼룩진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모든 차별에 맞서 함께 싸워나가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선포했다.

첫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선언하고 꼭 23년이 지난 이날,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을까. 탈시설 운동가들은 천주교의 탈시설권리 왜곡에 맞서 약 25m 높이의 혜화동성당 종탑에 올라가 있다. 난간도, 지붕도, 화장실도 없는 곳에서 나흘째 고공농성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혜화동성당 앞에 2천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모였다.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행진에 참여한 이들은 하늘에 올라가 있는 동지들에게는 손을 흔들며 “힘내라”고, 성당을 향해서는 “천주교는 탈시설권리를 보장하라”고 힘껏 소리쳤다.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행진 참여자들이 혜화동성당 종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활동가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 탈시설권리 외침 폭력적으로 막는 경찰·혜화동성당

20일 오후 4시, 서울시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 대오는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박초현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아래 탈시설연대) 서울지부 공동대표와 민푸름·이학인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활동가, 그리고 1층 본당에서 함께 농성 중인 이규식 서울장차연 상임대표가 있는 혜화동성당으로 향했다.

혜화동성당 앞으로 가자 적법하게 행진 신고를 한 인도를 경찰들이 막고 있었다. 차도와 인도 사이에는 바리케이드(울타리)까지 길게 쳐져 있었다.

행진 참여자들과 활동가들이 이에 항의하자 경찰은 “(행진 신고는 됐지만) 성당 측의 시설보호 요청 때문에 막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물러나지 않고 있는 참여자들에게 경찰들은 방패를 내밀며 거칠게 막아섰다. 장애인들의 휠체어를 동의 없이 만지고 참여자들을 몸으로 밀치는 등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행진 참여자들이 “한국 천주교는 장애인의 탈시설권리 빼앗지 마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그 오른편에는 경찰들이 도로를 막아서고 있다. 사진 김소영
행진 참여자들이 현수막을 펼치려고 하자 경찰들은 이를 빼앗으려 했다. 현수막에는 “한국 천주교는 장애인의 탈시설권리 빼앗지 마라!”라고 적혀있었다. 참여자들은 “탈시설권리를 외치는 목소리를 막지 말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어 참여자들은 천막을 설치하려 했으나 이 또한 경찰이 폭력적으로 저지했다. 천막을 펼치려는 참여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 사이의 대치가 2시간가량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참여자들이 들고 있던 깃대가 파손되고 피켓 우드락이 부서졌다.


경찰들이 찢어진 현수막 일부를 빼앗아 가고 있다. 사진 김소영

천막을 펼치려는 참여자들을 경찰들이 폭력적으로 저지하고 있다. 천막을 붙잡고 있는 활동가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김소영
경찰은 부서진 피켓들을 굳게 잠긴 성당 문 뒤로 넘겼다. 혜화동성당 관계자들은 경찰들과 한 팀인 듯 피켓을 넘겨받아 바닥에 팽개쳤다. 참여자들은 “이것이 천주교가 탈시설권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준다”며 성당 측의 행태를 강하게 규탄했다.

비마이너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혜화동성당 측은 고공농성자들에게 전달하는 물품을 하나하나 검사하며 물품 전달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

특히 성당 사무장은 생필품만 전달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방수포는 절대로 생필품이 아니다. 그런 것을 올려주면 편하게 있어서 더 눌러앉을 것 아니냐’며 방수포 반입을 막았다고 한다.

경찰의 지속적인 폭력적 진압과 성당 측의 묵인으로 인해 참여자들은 끝내 천막을 펼치지 못했다. 이후 대오를 정비한 이들은 행진을 이어갔다. 장애계가 ‘장애인차별대학 1호점’으로 지정한 서울대병원에 도착하면서 3시간에 걸친 행진을 마무리했다.


혜화동성당 종탑에서 행진 참여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활동가들. 왼쪽부터 민푸름 활동가, 이학인 활동가, 박초현 활동가. 민푸름 활동가는 양손을 흔들고 있고, 이학인 활동가는 한 손으로 깃발을 들고 있다. 박초현 활동가는 양팔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 사진 김소영
- 24회 420장애인차별철폐의 날·탈시설연대 출범 3주년… “탈시설은 자유다”

행진 이전에는 ‘탈시설연대 출범 3주년 결의대회’와 ‘24회 420장애인차별철폐의 날 본대회’가 진행됐다.

석암 베데스다요양원에서 22년을 살다가 탈시설 해 마로니에 공원에서의 62일 간의 노숙 투쟁으로 탈시설 정책의 시작을 일궈낸 김동림 탈시설연대 공동대표가 발언에 나섰다.


김동림 탈시설연대 공동대표가 탈시설연대 출범 3주년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김 대표는 “장애인이라고 해서 시설에서 살아야 하는가. 아니다. 우리도 당당하게 사회에서 살 권리가 있다. 지역사회에서 살아야 진정한 자유다. 그런데 아직도 이것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서 탈시설연대 3주년 결의대회를 맞이하게 됐다. 모든 시설이 폐쇄될 때까지 연대하며 끝까지 투쟁하자”고 외쳤다.

이한결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보호’라는 이름 아래 분리되고 통제받으며 시설에 갇혀 살아야만 했다. 언제 일어날지, 언제 잘지, 언제 밥을 먹을지도 다른 사람이 정해주는 삶을 살아야만 했다. 우리를 위한다는 이름으로 우리의 존엄과 자유 그리고 권리를 허락도 없이 빼앗아 갔다”고 이야기했다.

이 활동가는 “우리는 지역에서 사람들과 때때로 부딪히고 실수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싸우면서 함께 평범하게 살아가고자 한다. 누군가는 우리의 존재를 위하는 척하며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설에 더 있어야 한다’, ‘기다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은 우리가 아니라 사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탈시설은 ‘자유로움’이다. 탈시설은 ‘권리’이다. 탈시설은 ‘우리 사회가 지향할 가치’이다. 더는 미루지 말자. 우리 함께 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24회 420장애인차별철폐의 날 본대회 참여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팔뚝질’을 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결의대회와 행진을 모두 마친 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은 ‘시민과 함께하는 420장애인차별철폐 문화제’로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420공투단은 마로니에 공원에서 1박2일 노숙농성을 한 뒤, 21일 혜화역에서 ‘6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할 예정이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7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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