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덕분에 전하는 감사-② 관계 속에서 이어지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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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햇빛촌 조회 17회 작성일 26-05-14 13:05본문
기자명칼럼니스트 김시내 입력 2026.05.14 11:32
첫 번째 글에서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삶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글에서는 그 안에서 이어진 관계를 이야기해 보려 한다.
우리는 흔히 스스로를 독립된 존재로 생각하지만, 돌아보면 삶의 방향과 선택, 지금의 모습은 타인과의 만남 속에서 만들어져 왔다. 그리고 그 관계 속에는 말로 다 표현되지 않은 감사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되돌아보면 삶은 혼자서 만들어 온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가까이에서, 누군가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함께 시간을 건너왔다.
AI 생성 이미지 . ©김시내
가족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존재다. 어떤 설명도 필요 없이 나를 알고 있었고, 말하지 않아도 이해해 주는 순간들이 있었다. 때로는 그 익숙함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자리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이러한 관계들을 돌아보는 과정 속에서, 장애인의 일상 가장 가까운 자리에는 활동지원 선생님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활동지원 선생님과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일상을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관계였다. 단순히 역할로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쌓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 가는 시간이 이어졌다. 말하지 않아도 먼저 움직여 주는 순간들 속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고마움이 남는다.
너무 가까운 관계이다 보니 때로는 그 존재를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들도 있다. 그러나 늘 당연하게 여기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 세상에 당연한 관계는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활동지원 선생님들은 장애인의 손과 발이 되어 주는 역할을 넘어, 때로는 삶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 주는 조언자이자 곁을 지켜주는 동반자로 함께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 관계가 단순히 서비스를 주고받는 관계로만 설명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서로의 삶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함께 지나오며 이해와 신뢰를 쌓아가는 관계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학업을 이어오는 과정 속에서도 많은 관계와 도움을 통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지금까지 이 길을 걸어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필기가 어려운 나를 위해 수업 내용을 그대로 기록으로 남겨주시는 속기지원 선생님들, 그리고 듣지 못하는 농인들을 위해 수어통역을 지원해 주시는 수어통역사 선생님들께도 감사한 마음이 크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지원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시간과 노력 덕분에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함께 배우고 연결될 수 있었다.
또 처음 수업을 듣는 교수님들의 강의를 긴장 속에서 수강하던 시간도 떠오른다. 미리 준비해 간 수업 참여 내용을 AAC로 발표하며, 나라는 존재를 조금씩 설명해 나가야 했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배우려는 모습을 과분할 만큼 따뜻하게 바라봐 주시고 기다려 주셨던 교수님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특히 내가 가고 있는 길은 인간의 가치를 중심에 두는 학문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현장과 정책 속에서 사람의 존엄이 지켜지기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회복지 서비스가 다뤄지는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때마다 이 길이 정말 사람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시스템 속에 머무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 고민의 시간 속에서, 대학원에서의 한 수업이 오래 남았다. 그 수업은 답을 주기보다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어떤 방향이어야 하는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학문이 무엇을 향해야 하는지를 깊이 돌아보게 했다.
그 시간을 지나며 깨닫게 되었다. 이 길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 배움은 학문적 성장에 머무르지 않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시간은 지금도 조용한 감사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도 떠오른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나는 혼자서는 건물문을 열기 어려운 순간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기꺼이 달려와 문을 잡아주시는 분들이 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먼저 타라며 자리를 내어주시기도 하고, 내가 지나갈 수 있도록 잠시 멈춰 기다려 주시는 순간들도 있다.
어쩌면 그분들에게는 짧은 순간일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하루에는 오래 남는 기억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감사는 꼭 가까운 관계 속에서만 생기는 감정은 아닌 것 같다. 이름을 알지 못해도,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의 작은 마음은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주변의 지인들. 짧게 스쳐 가는 인연 같지만, 그 안에도 분명히 남는 순간들이 있다. 별다른 말 없이도 함께 웃고 지나가는 시간, 조용히 곁에 있어 주는 순간들이 쌓이며 관계는 이어진다.
이렇게 돌아보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서로 다른 거리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어져 있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감사는 특별한 순간에만 생기는 감정이 아니다. 관계가 이어지는 모든 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우리는 종종 감사의 크기를 나누려 한다. 어떤 관계는 더 크게, 어떤 관계는 더 작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마음의 무게를 나누는 일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크기가 아니라, 그 관계가 지금의 나를 만들어 왔다는 사실이다. 나는 혼자 만들어진 사람이 아니다. 나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 관계 속에서 이어진 시간들이, 지금은 감사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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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시내 sinae424@hanmail.net
첫 번째 글에서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삶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글에서는 그 안에서 이어진 관계를 이야기해 보려 한다.
우리는 흔히 스스로를 독립된 존재로 생각하지만, 돌아보면 삶의 방향과 선택, 지금의 모습은 타인과의 만남 속에서 만들어져 왔다. 그리고 그 관계 속에는 말로 다 표현되지 않은 감사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되돌아보면 삶은 혼자서 만들어 온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가까이에서, 누군가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함께 시간을 건너왔다.
AI 생성 이미지 . ©김시내
가족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존재다. 어떤 설명도 필요 없이 나를 알고 있었고, 말하지 않아도 이해해 주는 순간들이 있었다. 때로는 그 익숙함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자리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이러한 관계들을 돌아보는 과정 속에서, 장애인의 일상 가장 가까운 자리에는 활동지원 선생님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활동지원 선생님과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일상을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관계였다. 단순히 역할로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쌓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 가는 시간이 이어졌다. 말하지 않아도 먼저 움직여 주는 순간들 속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고마움이 남는다.
너무 가까운 관계이다 보니 때로는 그 존재를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들도 있다. 그러나 늘 당연하게 여기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 세상에 당연한 관계는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활동지원 선생님들은 장애인의 손과 발이 되어 주는 역할을 넘어, 때로는 삶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 주는 조언자이자 곁을 지켜주는 동반자로 함께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 관계가 단순히 서비스를 주고받는 관계로만 설명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서로의 삶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함께 지나오며 이해와 신뢰를 쌓아가는 관계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학업을 이어오는 과정 속에서도 많은 관계와 도움을 통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지금까지 이 길을 걸어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필기가 어려운 나를 위해 수업 내용을 그대로 기록으로 남겨주시는 속기지원 선생님들, 그리고 듣지 못하는 농인들을 위해 수어통역을 지원해 주시는 수어통역사 선생님들께도 감사한 마음이 크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지원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시간과 노력 덕분에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함께 배우고 연결될 수 있었다.
또 처음 수업을 듣는 교수님들의 강의를 긴장 속에서 수강하던 시간도 떠오른다. 미리 준비해 간 수업 참여 내용을 AAC로 발표하며, 나라는 존재를 조금씩 설명해 나가야 했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배우려는 모습을 과분할 만큼 따뜻하게 바라봐 주시고 기다려 주셨던 교수님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특히 내가 가고 있는 길은 인간의 가치를 중심에 두는 학문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현장과 정책 속에서 사람의 존엄이 지켜지기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회복지 서비스가 다뤄지는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때마다 이 길이 정말 사람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시스템 속에 머무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 고민의 시간 속에서, 대학원에서의 한 수업이 오래 남았다. 그 수업은 답을 주기보다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어떤 방향이어야 하는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학문이 무엇을 향해야 하는지를 깊이 돌아보게 했다.
그 시간을 지나며 깨닫게 되었다. 이 길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 배움은 학문적 성장에 머무르지 않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시간은 지금도 조용한 감사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도 떠오른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나는 혼자서는 건물문을 열기 어려운 순간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기꺼이 달려와 문을 잡아주시는 분들이 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먼저 타라며 자리를 내어주시기도 하고, 내가 지나갈 수 있도록 잠시 멈춰 기다려 주시는 순간들도 있다.
어쩌면 그분들에게는 짧은 순간일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하루에는 오래 남는 기억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감사는 꼭 가까운 관계 속에서만 생기는 감정은 아닌 것 같다. 이름을 알지 못해도,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의 작은 마음은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주변의 지인들. 짧게 스쳐 가는 인연 같지만, 그 안에도 분명히 남는 순간들이 있다. 별다른 말 없이도 함께 웃고 지나가는 시간, 조용히 곁에 있어 주는 순간들이 쌓이며 관계는 이어진다.
이렇게 돌아보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서로 다른 거리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어져 있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감사는 특별한 순간에만 생기는 감정이 아니다. 관계가 이어지는 모든 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우리는 종종 감사의 크기를 나누려 한다. 어떤 관계는 더 크게, 어떤 관계는 더 작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마음의 무게를 나누는 일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크기가 아니라, 그 관계가 지금의 나를 만들어 왔다는 사실이다. 나는 혼자 만들어진 사람이 아니다. 나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 관계 속에서 이어진 시간들이, 지금은 감사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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